메리츠證 "종투사 발행어음에 예금자 보호 적용 검토해야"
KB證 "국내 IB, 글로벌 딜에 발 담글 수 있도록 국가적 레버리지 써야"
◆…금융투자협회 제공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4일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은행을 활용한 경제성장으로 불균형한 금융구조가 형성됐다"며 "은행권 중심의 폐쇄적인 인프라를 금융권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유래 없는 고도 성장 과정에서 정부보증을 통한 대출기능을 중심으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은행이 금융산업의 중심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전연령층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점차 강화되고는 있으나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예금 등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가계금융자산에 있어 예금 비중은 46%로 유지됐으나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30%에서 22%로 크게 줄었다. 또 해외 선진국은 가계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과 연금이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투자상품/연금을 통한 노후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2019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 준비방법 중 국민연금이 58.7%, 예적금/저축성보험이 15.6% 비중을 차지한 반면 퇴직급여 4.1%, 주식/채권 등은 0.5%에 불과했다.
서 회장은 은행 중심적인 지급결제망을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융인프라인 지급결제는 은행에서 기타금융기관으로 개방되는 추세"라며 "자본시장법 시행 14년이 지나는 동안 개인 지급결제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해온 점을 고려해 법인 지급결제 이슈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 지급결제뿐 아니라 증권사에 대한 외화 콜시장 직접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며 "증권사 외화 비즈니스 확대에 따라 외국환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외국환업무를 허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투자자보호기금' 설립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금융투자상품 투자자의 보호 실효성과 보호수준을 높이기 위해 예금자보호 제도로는 보장되지 않는 투자자 손실에 대한 투자자 보호기금을 도입해야 한다"며 "투자자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투자자예탁금 예금자보호제도 개선과 병행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은 "은행은 안정된 수신을 바탕으로 정형화된 딜에 대규모로 참여하지만 금융투자업자는 조달금리가 높고 비정형화된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장기적, 안정적 자금조달(펀딩)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산업군의 단기펀딩에 의존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 펀딩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험자본은 구조화되기 쉽고 리스크가 복잡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펀딩하기 어렵다"며 "금융투자업자가 투자한 모험자본 담보부대출이나 유동화 레포 등 정부의 정책금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장 사장은 종투사 발행어음에 대해 예금자 보호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SVB사태를 통해 예금자 보호되지 않는 자금이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지 확인했다"며 "과거 종금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을 때는 발행어음에 대한 예금자보호가 있었다. 현재 종투사 발행어음이 안정적 펀딩을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업무영역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장 사장은 "금융투자회사가 다변화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권내 칸막이를 벗어나 겸영/부수업무 확대나 다른 업권의 기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카드,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제공하는 개인여신을 증권사도 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규제를 풀어준다면 증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공격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해외 투자은행(IB)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1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업무 영역 확대를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국내 IB가 자기자본 20조원을 달성하고 해외 IB 수준 ROE를 기대하려면 2~3조원의 수익을 내야 한다"며 "현재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로는 불가능하다. 자기자본 20조원을 만들 유인을 달라"고 요구했다.
국내 IB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협조도 요청했다. 박 사장은 "이머징 국가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시 연기금이나 산업은행이 국내 IB와 동행했으면 한다"며 "국가적 레버리지를 써서 금융투자업계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국내 IB가 글로벌 딜에 발을 담글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증권사가 '은행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은행 말고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 맞춤형 투자금융"이라며 "기업성장집합기구(BDC) 법안이 통과되면 성장단계별 지원과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