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KT 인사 개입,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발언

정부가 KT 등 소유분산기업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문제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14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정부가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자본시장 개혁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해 인사개입이 일어나면 제도효과를 반감시킨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은 금융지주나 포스코, KT, KT&G 등 지분이 잘게 분산돼 대주주가 없는 기업을 말한다. 최근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이 일었다.

류 대표는 CEO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험과 전문성에서 해당 업종과 무관한 인사를 에 선임하면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주주들)은 물론이고 한국 자본시장, 더 나아가 국민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T는 민영화됐으므로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다. 따라서 주주들이 존재하는 상장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인사 개입은 가장 먼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킨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KT CEO 선임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세운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연금 이사장, 기금운용본부장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소유분산 기업 CEO 선임 문제를 거론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도입했기 때문에 CEO 선임 등 중요한 의결권 행사 관련 의사결정은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선제적으로 소유분산기업 CEO 선임의 적/부적절성 여부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자칫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원칙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번 KT CEO 선임 건을 놓고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류 대표는 정치권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아전인수'로 이용하는 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는 국민연금 의결권을 재벌을 혁파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삼고, 보수는 기득권을 강화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선진 공적연기금은 목소리를 내서 기업 리스크 요인을 낮추고 장기적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대안으로는 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연금 위탁운용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코드를 투명하게 하는 운용사에 의결권을 맡기는 것이 현실적인 차선책"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