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尹 용퇴 촉구, 굴욕·수모 안긴 죄 무거워"…매주 시국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시국미사를 열고 정부의 제3자 변제, 주 최대 69시간 근무, 한일 정상회담 등을 두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께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 측은 이날 시국미사 참석자를 1000명, 경찰 측은 500명으로 추산했다.

시국미사 주례는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 맡았다.

김 신부는 단상에 올라 "(이 정부는) 노동시간을 확대하더니 노조를 부패한 집단으로 몰고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 숭고한 뜻을 하느님께 아뢰고 우리의 부족함을 하느님이 채워주시리라 믿으며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신부 등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전동성당을 시작으로 미사가 열리는 풍남문 광장까지 300ｍ가량을 행진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며 "일본으로 건너가 아낌없이 보따리를 풀었지만, 가해자의 훈계만 잔뜩 듣고 돌아왔다. 무례한 처신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통령이지만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에도 먼저 우리 생활방식을 뜯어고치자며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고 퇴진을 주장했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팔을 비튼 죄, 평생 한을 품은 노인들의 팔을 꺾은 죄,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물도록 하느라 팔을 비튼 죄라는 '세 가지 팔을 꺾다'라는 표현을 써서 지목하며, 이 3가지의 헌법을 위반해 민족 정기를 더럽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대법이 거듭 타당하다고 판단한,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토록 확정했던 판결을 무효화하였다. 삼권분립을 무참히 파괴하는 저 대담성에 말을 잊는다. 역대 어떤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의 판결 이행을 가로막았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징용 배상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구속했던 검사였으면서 대통령이 돼서는 최고법원의 역사적 판결을 무위로 돌렸다"며 "명백한 사법권 침해요,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근래 검찰의 방탕은 대통령의 탈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돌아와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지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며 "대통령의 통치권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물도록 하느라 팔을 비틀었다"며 "소송 제기를 준비 중인 20만 이상의 잠재적 원고들도 똑같이 떠맡길 모양인데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구잡이로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지정할 권한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는 배임을 강요했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구현사제단은 매주 시국미사를 열기로 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의구현사제단은 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주도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송년홍 총무 신부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국 14개 교구별로 1∼2명의 신부가 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2번째 시국미사를 열 것으로 보인다. 장소는 위원회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지방에서 매주 시국미사를 열다가 광복절인 오는 8월 15일 서울에서 대규모 미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