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매도 전면 재개' 카드 만지작...한투연, 제도개혁 촉구

김주현 "우리만 공매도 금지 이상해...당연히 정상화해야"

이복현 "연내 전면재개 검토"

손병두 "공매도는 적절한 투자방법...반대론자에게 설명 노력 중"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공매도 언급을 연일 쏟아내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외국인에 유리하고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는 게 급선무라며 들고 일어났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은 3일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집회'를 열고 규탄했다. 한투연은 개인투자자 5만여명이 모인 집단으로 35개 소액주주연대 종목과 협력하고 있다.

한투연은 공매도 전면 재개에 앞서 개인·기관·외국인의 공매도 담보비율 130% 및 상환기간 120일 통일 등 제도 개혁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공매도에 따른 피해를 밝히기 위해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매도 계좌 10년간 수익을 조사할 것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 내 개인투자자 보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먼저 빌려서 매도한 뒤 이후에 매수 청산해 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를 금지했다. 2021년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포함된 대형 종목에 한해 부분 허용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맞는 자본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매도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들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발전 방향을 봤을 때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만 (공매도 금지를)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 육성, 그리고 그런 시장을 바탕으로 한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보호 육성 관점에서 공매도도 당연히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시기와 방법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어서 계속 보고 있다"며 "정상화 전에 분명히 시장 전문가들과 충분한 의견을 듣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되도록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월권' 논란이 일자 이 원장은 30일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 직후 "국내 금융시장을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고자 정부와 감독당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24일 외신 간담회에서 "공매도는 명시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선언하기 어렵고 시장 상황을 보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매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좀 더 선진화된 제도로 가지 않을까 본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좀더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그는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 이사장은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에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며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다. 공매도 반대론자들에게 이 거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