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예년과 달리 한 달여 앞당겨 단행된 국세청 상반기 서기관 승진 인사에서는 공지대로 20명 내외의 사무관이 승진의 영광을 안았다. 정확히는 기술직 1명을 포함 22명의 승진자가 배출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많은 인원이 승진했다는 평이 나온다. 가뜩이나 승진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TO 확보를 위해 승진날짜를 앞당기는 등 나름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청별로 보면 본청에서 절반이 넘는 12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서울청 4명, 중부청과 부산청 각 2명, 그리고 인천청과 대전청에서 각 1명의 승진자가 탄생했다. 전체 승진인원이 줄어들면서, 2급지 지방청(인천청·대전청·대구청·광주청) 4곳에선 돌아가며 '승진공백'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인천청과 대전청에서 승진자가 없었고 이번엔 대구청과 광주청에서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승진인원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올 하반기엔 다시 인천청과 대전청에서 승진자가 나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승진인원이 넉넉하지 않을 때 종종 발생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대전청과 대구청에서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하반기에는 인천청과 광주청에서 승진자가 0명이었다. 인천청이 없었던 2018년에는 대전청과 대구청에 승진자가 없었고, 하반기엔 광주청에서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승진자가 18명에 불과했던 2017년 하반기에는 이례적으로 모든 2급지에서 승진자가 나왔는데, 당시엔 본청과 1급지 지방청(서울청·중부청·부산청)에서 아픔(?)을 감내한 측면이 있었다.
과거 승진자가 30명이 넘던 시절에는 세무서에서도 승진자가 나올 만큼 골고루 혜택이 돌아갔다. 특히 임환수 전 국세청장 시절(2015년~2017년)에는 '희망사다리'라는 명분 아래 매번 세무서에서 승진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일선 직원의 사기 진작이 목적이었지만, 승진인원에 대한 여유가 그만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무서는커녕 지방청에서도 승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고생한 사람부터 챙기는 게 당연" vs "본청 1~2명만 줄여도 지방청 모두 해피"
국세청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승진인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청별 배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지방청에 따른 고른 배분보다 '고생한 사람'이 승진하는 게 맞다는 의견과 사기진작을 위해 본청 승진인원을 줄여서라도 지방청은 1명씩 반드시 승진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
한 서울청 관내 세무서장은 "본청이 승진자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본청의 업무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고 나중에 지방청장으로 나갈 본청 국장들의 입김도 작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본청 승진 인원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본청에서 1~2명만 승진인원을 줄여도 2급 지방청 인원들이 매번 승진할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도 본청 직원들이 더 유능하고 더 고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승진을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본청 직원들은 밤 12시 다 돼서 퇴근하고, 지방청 직원들은 보통 8~9시에 퇴근한다. 세무서 직원들은 칼퇴다"라며 "근무 강도가 다르고 본청도 모든 국실이 매번 서기관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라 지방청에서 반드시 승진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청별로 고른 승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서울 관내 한 세무서장은 "이번에도 본청에서 절반 이상의 승진자가 나왔는데, 1급 지방청보다는 본청에서 승진인원을 줄여 2급 지방청 직원들이 승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업무 강도가 다른 측면도 있지만, 지방청 직원들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청에서 근무하면 승진도 빠르고 복수직 서기관에서 세무서장 나가는 것도 빠르다. 1~2명쯤 본청에서 승진 인원을 빼더라도 나중에 서장 나가는 게 빠르니까 형평성 측면에서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급지 지방청에서 연이어 승진공백이 발생하는 이유가 청별 직원 간의 '속도조절'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세청 고위직은 "2급지 지방청에서 승진이 매번 있다 보면 본청이나 1급지 승진 인원들보다 승진 시기가 빨라지게 된다"면서 "보통 본청이나 1급지는 사무관 6~7년 차가 승진 대상에 오르는데, 2급지는 대상이 적다 보니 만약 매번 승진이 있게 되면 사무관 5년차가 승진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