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청구, 당사자 합의로 종결 가능해질 듯
사건 고의 지연 지목된 '표준처리절차' 폐지
공정성도 무게…非상임심판관 결격사유 신설
조세심판원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 발표
◆…조세심판원은 20일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표준처리절차 폐지, 조정제도 도입 등 신속한 사건처리에 중점을 둔 대책들이 담겨 있다.
현재 심판원이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평균 처리일수)은 느려지고 있다. 작년 평균 처리기간은 234일로, 1년 전보다 38일 더 늦다.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한 법정처리기한(90일)을 훨씬 웃돈다. 불복을 제기한 납세자로서는 사건처리 기간이 늘어난 만큼 납세협력비용 등의 부담도 더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심판원의 이번 대책은 '권리구제를 더 빨리' 하는데 중점을 둔다. 대책에 따르면, 양측 당사자 합의로 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조정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상속·증여세법상 부동산의 시가 평가라든지, 신고가 누락 된 사업소득 수입금액의 범위가 불분명한 부분을 등 두고 다투는 소액사건에 한해서다. 심판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국세기본법 개정 건의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제도가 입법화된다면, 과세관청이 입증하기 힘든 부분을 제외하는 식으로 조정(경정 등)을 거친 '협의 과세'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표준처리절차도 폐지된다. 현재 당사자 양측에서 각각 두 차례씩 항변(납세자)·추가답변(처분청)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사건처리 지연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으론 국세기본법 규정대로 항변기회는 기본 1회만 부여된다. 선결정이 없거나 법령해석이 쟁점인 고난이도 사건은 심판조사관(과장)이 사건조사서 작성부터 심판절차의 전(全)과정을 직접 담당한다.
또 최소 두 차례 이상 회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 '쟁점설명기일 대상사건'도 주심 판단하에 한 차례 회의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도록 바뀐다. 심판원의 운영규정상의 조정검토 기간은 축소(30→20일)하거나, 주심심판관 단독처리가 가능한 소액사건의 범위는 청구액 5000만원 미만(현 3000만원 미만)까지 넓어진다.
취업심사대상기관서 근무땐 非상임심판관 못 한다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할 때 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심사대상기관(거래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회계법인, 50억원 이상 세무법인 등)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면, 비(非)상임심판관으로 활동할 수 없다. 퇴직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공직자도 대상이다. 심판원은 '비상임심판관 결격사유'을 담은 국기법 시행령 개정을 기재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비상임심판관 인사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촉·임기 연장 등을 심의한다.
이른바 '국선세무사(국선대리인)' 수도 현 20명에서 24명까지 늘린다. 국선대리인 신청대상 사건이 확대(청구세액 3000만원→5000만원 이하)된데 따른 조치다. 개인만이 가능했던 국선대리인 신청을 영세법인에게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반행정심판의 경우엔 직전연도 매출액 4억원 이하의 영세법인에게 국선대리를 지원하고 있다.
납세자의 법적 구제장치인 조세불복제도(심판청구, 심사청구)를 운영하는 세 기관(심판원·감사원·국세청)이 연간 한 차례 이상 정책협의회를 열어 제도개선 사항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전문·책임성 높이고자…비상임심판관 중임제한 완화
현재 상임심판관의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중임이 가능하다(최장 6년). 심판원은 이를 두고 "우수한 외부전문가의 활용이 제약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상임심판관의 연임(총 임기 9년)을 허용하도록 했다. 단, 심판원 내 인사심의위에서 의결(위원 전원의 3분의 2 이상 의결)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었다. 내실 있는 토론을 위해 조세심판관합동회의의 구성인원은 줄인다. 현재 조세심판원장, 상임심판관 전원(8명), 동수 이상의 비상임심판관을 포함한다면 최소 17명이다. 올해부터 과세관청이 심판청구를 거쳐 행정소송이 제기된 사건을 심판원에 알리도록 의무화됐는데, 이를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연구분석팀'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