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NCG, 차관보급 수준의 협의체, 이율배반적…과정 지켜봐야"
"22년 공동성명에도 전략자산 전개 나와…워싱턴 선언으로 다듬어 반복"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냈던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문 공식 채택을 통해 양국의 핵협의그룹(Consultative Group·NCG) 설립을 선언한 것을 두고 한국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준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을 지내기도 한 최 전 차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문에 담겨져 있고 일종의 국빈 방문의 흥행포인트"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전 차관은 "(워싱턴 공동 선언문에 나오는) 정확한 문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NPT를 준수하며'라고 나온다"고 강조하며 "자체 핵무장을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에서 제공한 워싱턴 선언 전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고 설명한다.
최 전 차관은 "자체 핵무장 얘기하지 말고 한미동맹은 결국 오랜 역사를 통해서 서로 공약을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당연한 말을 해왔던 존재이므로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왜 문재인 정부까지는 북한의 핵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동맹강화를 이야기했지 왜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보수정부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지 못하겠어. 문서로 해 줘', '자기 (전략)자산을 저쪽에다 갖다줘', 이렇게 하니 미국도 피로감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는 구체적으로 확장억제 관련 정례 협의체인 '핵 협의그룹'(NCG) 신설을 제안했다. 한미 간 기존에 가동 중인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는 별도 조직이다.
최 전 차관은 이 NCG가 차관보급 수준의 협의체라며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미 간 작동해 왔던 확장억제 관련 회의가 2+2, 국방부 차관과 우리 외교부 차관, 저쪽 국방부 차관과 국무부 차관이 했던 EDSCG,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있었다"며 "차관보급으로 낮아졌다는 게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양국의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문이라고 선언했는데 협의회 자체는 낮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봐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NCG 운영과 관련해 "핵협의체는 양국이 차관보급으로 대표자를 정했다"며 "최고위급인 장관급이나 차관급으로 하면 모자가 너무 크고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 일을 실무적으로 아는 사람이 직접 다루고 협의하는 게 실용적이겠다는 양국의 판단으로 차관보급으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차관은 "평가 자체는 적절하다"면서도 "차관보급끼리 하면 그간 한미가 내왔던 메시지는 이만한데 몸통은 갑자기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된 것이다. 당장 우리가 너무 강하게 비판하지 말고 어떻게 굴러가는지 봐야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국빈 방문은 세레모니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 때 뭔가 받아오기를 바라는데 미국은 이것을 국빈 방문으로 맺었다"며 "윤 대통령의 '외신 발언', 우리 주권 체계를 흔든 도청 사건이 있었기에 이 세레모니를 통해 좋은 그림을 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매우 노련하게 하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 선언문의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이라는 표현이 핵잠수함의 상시 전개가 아니라는 지적에 "미국도 자기네 중요한 전략자산을 한 군데에다가 고정시키는 것이 자기들한테는 안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잠수함은 여기다 배치해 놓는다고 공개하는 순간 잠수함의 은밀한 치명적인 파괴력, 억제력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22년 공동성명에도 전략자산 전개하겠다고 나오는데 이게 다시 워싱턴 선언이라는 것을 떼어내서 모양을 매우 아름답게 한 후에 당연한 것을 반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확장억제로 4·27 판문점 선언이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조금 (가슴이) 아리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왜 비판하나. 설사 실패했다 치더라도 8부 능선 올라간 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북한도 이제 좀 더 진지하게 우리 측과 대화하기를 바란다"며 "저는 전 정부 사람이긴 하지만 학자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수정부일수록 더더욱 남북관계에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