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23년 시일야방성대곡’…“尹 굴욕외교, 참담함 금할 길 없다”

“을사늑약 부당함 규탄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되풀이”

“수많은 외교 참사 일으켜 대한민국 국격 떨어뜨리고, 국익 저해”

숙대, 성균관대, 중앙대, 부산대…비판 목소리 대학가에 확산

한국외대 교수·연구자들은 2일 대자보를 통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 참사가 거듭되더니 급기야 굴욕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기에 이르렀다"며 "거듭되는 외교 참사와 굴욕적인 외교 행보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다"고 상기했다.

이어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8년이 지난 오늘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규탄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2018. 10. 30)을 무시한 채, 한국 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배상하겠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원천무효화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어긴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내세웠던 공정과 법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친일적 행보와 외교적 실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며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며, 마치 일제의 과거 만행을 부정하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날리면' 발언을 비롯하여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한 옹호성 발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공개 발언 등 수많은 외교 참사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익을 저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외대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에게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반인륜적이고 반민주적인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인 친일 외교 행보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익에 부합하는 한일관계의 수립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실리의 추구'라는 외교 원칙을 준수하고, 더 이상 외교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장기 외교정책을 마련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장렬히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께 눈물로 참회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

한편,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대학가에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김건희 여사의 모교인 숙명여대 교수 114명은 '윤 대통령의 망국 외교와 폭력적 정부 운영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시국성명서'라는 제목의 시국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방미 중인 윤 대통령에게 저자세 굴욕 외교를 지적하며 "주권 국가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외교 정책을 시행하라"며 "대통령의 아집에 근거한 국정 운영을 중단하고, 국민의 뜻과 국익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4일 성균관대 교수·연구자들은 "굴욕외교를 규탄하며 국정 전반의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전국의 대학인들과 시민사회와 함께 정권을 종식시키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중앙대학교 교수들 113명도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를 규탄하고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부산대 교수와 연구자들은 지난달 11일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는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더불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일 성명서를 발표해 방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본·미국이 원하는 것이라면 살을 베고 뼈를 깎고 제 발등을 찍어서라도 아낌없이 남김없이 바칠 태세"라며 "멀쩡하던 나라는 조용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사제단은 지난달 10일에도 서울시청 인근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고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