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의 무분별한 과세권 행사로 납세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택매매실례가액 적용과 관련된 내용이다. 경우에 따라서 과세당국의 과세결정의 정당성 여부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세결정 정당성 여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어 납세자들은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등 불필요한 '세금쟁송'으로 아까운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심판원은 최근 납세자A씨가 제기한 과세불복 심판청구를 인용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납세자A씨는 국세심판원의 인용결정에 따라 2억원에 가까운 증여세를 낼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아버지로부터 53평형 아파트를 증여 받은 뒤 해당 아파트의 기준시가 8억60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삼아 증여세 1억7000만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유사 아파트가 13억5000만원에 팔렸다는 사실을 근거해 A씨에게 2억원의 증여세를 더 내야 한다고 고지했다.
A씨는 이에 "아파트 매매실가를 알 수 없어 기준시가를 토대로 증여세를 냈고 아파트의 경우 같은 동에 위치해도 각 층 마다 가격도 다르고 조망권, 시설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며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치 않고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심판원은 조사를 통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심판원은 "A씨의 경우 매매실례아파트와 비교해 층간 가격, 조망권 등의 차이가 있다"며 "이를 매매실례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과세취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처럼 층간 가격차이, 조망권과 같은 '특수성'을 인정받아 과세취소결정을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심판원은 그 동안 제기된 수 십여건의 유사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과세관청인 국세청이 이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과세권 행사로 납세자들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게다가 조세법령이 갖춰야 할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도 문제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유사사례가액 적용을 규정한 규정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 측면을 고려할 때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특히 유사사례가액과 관련한 정보를 과세관청이 독점, 이를 알기 힘든 납세자들의 피해만 늘고 있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