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文, 尹 우회 겨냥? "대화는 정치인 의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취임 1년간 영수회담을 거부해온 윤석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경남 양산 사저를 찾아온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시절 야당 사무실을 방문하고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던 일 등을 회고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통령실이 제의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관련 언급이냐'는 질문에 권 대변인은 "당시 야당들과 여러 가지 채널로 대화도 하고 실제로 당시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들과 만남도 진행하고 했으니까 그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반갑게 맞이했으며, 당 지도부는 책방을 둘러보며 문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이 대표는 서점 앞치마를 착용하고 직접 '책방지기'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 문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동해 40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후 권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로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인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은 "당내에서도 그런 차원에서 하나가 되자고 하는 게 의원과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며 손을 잡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대화는 정치인에게 의무와도 같은 것' 발언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맞는지 묻자 "해석은 자유인데 너무 당연한 말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이 사람 안 만나겠다고 하면 그게 정치인가, 수행자지"라며 "그게 정치의 길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단 기본적으로 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된다고 사정하는 것 자체가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걸 부탁하고 있는 모습도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기소되기 전에 그러면 왜 안 만났는지도 의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하나의 동굴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극우 보수들만이 존재하는 동굴에 갇혀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 동굴에서 빨리 나오셔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세상을 넓게 보고 제대로 볼 수 있다. 대통령답게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하나의 동굴에 갇혀서 그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하니까 세상이 균형적으로 합리적으로 바라보아지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