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땅'일수록 법인이 보유세 덜 낸다…"조세형평 왜곡" 우려도

지방세硏, '개인·법인의 토지 보유세 부담 시사점' 보고서

고액 토지자산을 보유할수록 법인의 보유세 부담이 개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제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토지에 대해서 분리과세(또는 비과세·감면제도)가 적용되는데, 이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보유세 지원정책이 '구닥다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대상이 변한 부분을 제도에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중장기적으로는 분리과세 대상을 폐지하고, 법인에 대한 지원제도를 일원화시켜 정책 성과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토지 보유세는 과세대상이 3개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대지 등은 종합합산, 건물 부속토지는 별도합산, 정책 지원이 필요한 토지는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토지 보유세액은 10조원(9조8800억원)에 육박하며, 이 세액 가운데 법인이 약 57%(5조6200억원)을 부담한다. 부담률을 유형별로 보면 분리과세 세액의 63%, 별도합산 세액의 52%, 종합합산 세액의 52%였다.

그런데 같은 값이 매겨진 땅을 갖고 있더라도 소유자가 '법인이냐 개인이냐'에 따라 토지 보유세 부담에서 차이를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지현 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일 공시지가 구간별 세부담율은 인별 토지보유액이 높아질수록 법인의 세부담율이 개인에 비해 낮아진다"고 말했다. 세부담율은 인별 공시지가 합계액 대비 보유세 부담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법인의 세부담은 200~300억원(인별 공시지가) 구간에서 평균 0.58%를 기록했으며, 800억원 이하 구간에서 0.69%까지 올랐다가 1000억원 초과 구간에서 0.66%까지 떨어진다. 반면, 개인의 세부담은 100~200억원 구간 0.54%에서 1000억원 이하땐 1.00%까지 치솟는다. 최고 구간(1000억원 초과, 0.85%)에선 법인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낮아지는 역진성을 보인다.
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업종은 농업(0.11%)으로, 이 업종은 분리과세나 비과세·감면 적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제조업과 농어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보유한 토지가액 중 평균 66~73%가 분리과세 또는 비과세·감면을 통해 세부담을 지원받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반면 분리과세와 비과세·감면 적용 비율은 낮은 업종인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의 세부담율이 0.55%로 가장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특정 산업 또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납세자간 조세부담 형평성을 왜곡하고, 한정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혜택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분리과세와 감면혜택이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 혜택이 큰 것으로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농지나 공장용지, 공공기관(LH 등), 학교 법인 등이 보유한 토지를 대상으로 분리과세와 감면이 중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장기적으론 기업 지원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단 목소리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가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종부세가 면제되는 분리과세로 보유 토지를 편입시키기 위한 이해단체의 로비활동도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조세지출의 성격을 가진 분리과세 대상을 폐지하고, 지방세특례제한법상 감면으로 일원화해 지원규모 및 성과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