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문턱 넘었으나... "의료계 반발로 여전히 난항 중"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14년 만에 국회 1차 문턱을 넘은 가운데 '의료계의 강력 반발'로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지난 1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실손 간소화법이 14년 만에 통과됐으나 의료계의 반대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이 법이 시행된다면 환자에 대한 정보 유출로 모든 빅데이터를 보험사에게 뺏기기 때문이고, 다른 한가지는 현재 중개기관을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이 언급되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비급여에 모든 자료가 중개 기관을 거친다면 데이터가 쌓여 들여다볼 수 있어 강력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란 점을 꼽았다.

현재 일각에서는 실손 간소화가 처음으로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현 정부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6일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산하 23개 개원의사회는 '실손 간소화법 추진 규탄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재벌 보험사의 횡포"라며 실손 간소화법 추진을 비판했다.

현재 의료계는 실손 간소화를 추진한다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정보 서식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 보험사가 합의해서 환자 정보를 최소화한 서식을 통해 이를 중개기관 없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직접 보내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중개기관을 두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의료계는 심평원, 보험개발원 등이 중개기관으로 선정되면 도수치료 등 비급여 가격 결정권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용자 측인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도 실손 간소화에 반감을 드러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환자 정보가 보험사의 상품 설계, 보험금 지급 기준 마련 등에 활용된다면 보험금액 차별 등의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특히 고령층 환자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진다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익이 증가할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2021년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는 실손보험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유로는 '서류 발급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7%)'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4%)' 등을 꼽은 응답자도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