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2060년엔 세계의 절반이 '정크등급' 강등
신용등급 압박 취약한 국가로 韓·中·대만 지목
그리스, 연금개혁으로 고령화 지출 감소 유일
"고령화,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 끼쳐"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콩코드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연금개혁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에 한국, 대만, 중국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스탠다드앤드푸어스(S&P)·피치는 인구 고령화가 각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전면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재정 부담과 차입 비용이 계속 증가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차입 비용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미국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60년까지 약 40~6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르코 미스닉 S&P 수석 국가 애널리스트는 "이는 매우 큰 폭의 증가"라며 "정부가 부채를 감당하려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정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피치는 연금 개혁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프랑스에 대해 "재정 건전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었다. 에드워드 파커 피치 국가신용리서치 글로벌 대표는 "정부가 개혁을 미룰수록 고통은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S&P는 고령화 관련 재정 정책을 개편하지 않을 경우 2060년까지 일반 정부의 재정적자와 연금비용이 각각 GDP의 9.1%와 9.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앞서 지난 1월 인구고령화에 따른 비용 완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60년까지 전세계 주요 40개국(49.38%)이 '투자 부적격'(정크등급)의 국가신용등급으로 강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약 3분의 1이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피치는 인구고령화로 인한 신용등급 압박에 취약한 국가로 한국과 대만, 중국을 꼽았다. 에드워드 파커 피치 국가신용리서치 글로벌 대표는 "2050년에 한국, 대만,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고령화에 취약한 국가로 독일을 지목하며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독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지적했다. 무디스는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부담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며 "내년엔 잠재성장률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세금과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반면 그리스는 2060년까지 고령화 관련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됐다. 부채 위기로 유럽재정안정화 기구에 구제금융지원을 요청한 그리스는 그 조건으로 연금 시스템을 전면 개혁한 바 있다.
디트마르 호능 무디스 부사장은 "과거에는 고령화가 중장기적 전망을 결정하는 고려사항이었지만 이제는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