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키피디아
유럽,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이어 일본 G7까지 참석, 글로벌 사우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의 지원로부터 냉담한 반응만 얻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복스 미디어(VOX Media)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을 지칭)를 끌어들이려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이번 G7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지난 주말 아랍연맹 정상회의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비(非)서방 국가들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와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는 호의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인도, 브라질 등 주요 목표 국가의 반응은 신통치 못했다.
소위 글로벌 사우스들은 서방과 중요한 무역 및 안보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규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그들만의 특정 외교정책과 국내 발전 목표를 가지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거나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면서도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들과도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22개국 지도자들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주말 G7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 침공을 비난하는 대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연장 기도라고 비난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 등 서방국가와 유럽연합,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등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했다.
우크라이나는 G7 성격에 부합하게 올해 주요 관심의 대상이었고 이에 참석한 국가들은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 2개국인 인도와 브라질을 젤렌스키 편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인도 모디 총리는 일상적 수사에 그쳤고 브라질 룰라와는 회담조차 갖지 못했다.
젤렌스키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서방 국가들은 비서방 국가, 특히 역사적으로 양 진영 사이에서 냉전과 분단, 전쟁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 나라들에 왜 우크라이나 싸움에 개입해야 하는지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늘려 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일대일 회담을 이용해 러시아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외신들은 인도가 결의안에 대해 보유한 수단 내에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인 안보나 경제적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 특히 푸틴, 젤렌스키 양측에 대해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의 러시아 비난 결의안에서는 기권하는 등 러시아 편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러-우 양국의 분쟁에 연루되지 않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비동맹의 입장에서 중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분쟁에 대한 룰라의 언급, 특히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주민들의 자주권 사이에서 보여준 서방국의 행태에 대한 비난은 서방의 우려를 샀다.
브라질, 인도, 걸프 국가들과 같은 나라들은 균형 외교를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푸틴은 서방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가 실존적(살아남기 위한) 전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겊프 스테이트 어넬리틱스(Gulf State Analytics)의 최고경영자이자 설립자인 조르지오 카피에로(Giorgio Cafiero)는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고 있지만 확대되는 패권주의에 우려하면서 러시아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젤렌스키는 감성적인 선전, 선동이나 막무가내 지원 호소가 아니라 잠재적 지원군이 될 수 있는 비서방 국가들에 호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생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푸틴의 독재정치에 맞서 싸운다는 호소는 미국과 서방국들에는 통했지만,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 아래서 고통을 겪은 국가들에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