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조지워싱턴대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
"한국 새로운 위기, 미중 경쟁의 최전선 돼 가"
"한국·일본, 중국과 건설적 관계 확보해야…열린 동맹 추구"
"文정부의 남북관계 정책 계승 및 축적 안 돼…바람직 하지 않아"
"한국, 국내외적 위기 잘 관리하지 못해…귀국 후 책임 다할 것"
"민주,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지 못하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일(현지시간)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미국에 관철되지 못하는 등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가 길을 잡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정치 재개의 뜻을 밝혔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미국도 할 말을 하는 동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출판기념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위기에 놓였다"며 "냉전시대에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강화가 필요하다"며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과 안정적 건설적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커졌다가 아니라 안 들리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의 파트너인 동맹국의 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파트너로 가치가 커질 것이다. 미국은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더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분야로 반도체를 지목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계속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이 기존 경제관계 유지 등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면 좋겠고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면 미국에도 동맹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중간 경쟁으로 한국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이해하는 "열린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며 "동맹 역량의 총량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미국과 전술적으로는 부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도록 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에 관해선 윤석열 정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계승하지 않고 단절돼 남북관계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전 총리는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리 재임 기간 중)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대했다'는 한 지적에 대해선 "문 정부의 접근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국제사회가 말하는 인권은 서방적 가치 기준에 의한 경우가 많으나 문재인 정부는 생존권이 가장 기본적 인권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국내 정치에 대해선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하며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선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귀국 후 정치적 행보를 내딛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총선에서 제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저 혼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다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내달 귀국을 앞둔 이 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작년 6월 워싱턴DC에 도착해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을 마치고 독일에서 강연한 뒤 내달 20일께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장인상을 마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배웅을 위해 나온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