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연구원, '전세사기 대책이 조세정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간
전세사기 특별법, 지난 1일부터 시행
임대인 미납 조세정보 열람권 강화, 경·공매 시 임대차보증금 배당순위 조정 등
"당해세 예외로 회수 못한 재산세, 지자체 재원 조달에 악영향 미칠 것"
"경·공매 후 임대차보증금 우선 회수하면 체납 조세 회수 못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이어말하기'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임대차보증금의 배분순위가 조정되면서 '당해세'의 회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재원 조달을 위해서라도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회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정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 연구위원은 7일 '전세사기 대책이 조세정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임대차보증금을 보호 받지 못한 임차인들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전세사기 대책들이 의미 있는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전세사기 피해 관련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임대차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미납 조세정보 열람권이 강화되고 경·공매 시 임대차보증금의 배당순위가 조정됐다. 또 이달부터 전세사기피해주택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이 한시적으로 시행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공매 시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당해세의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우선적으로 배당되도록 배분순위가 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당해세는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조세로 종부세, 상속·증여세, 재산세 등이 있는데, 법정기일에 상관없이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채권 다음으로 우선순위가 인정돼 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당해세 우선원칙 배제는 전세사기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주택임차인에 적용되므로, 고가 아파트를 포함하여 역전세 등으로 경·공매되는 모든 주택 사례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산세는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매년 과세하는 세목으로 주택임대차보증금에 대한 당해세 예외로 확보하지 못하는 재산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공매 건수가 증가할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당해세 규모를 별도로 책정하는 과세시스템이 부재해 주택분 재산세에 대한 당해세 규모나 향후 예상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어 분석의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해세 예외를 통해 개별 주택 임차인이 보호받는 주택임대차보증금 액수는 미미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주택 경·공매가 집중되는 자치구의 경우 해당 규모가 상당해 열악한 재정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이후 경·공매시 배당·배분 순위(사진=한국지방세연구원)
■"체납된 세액 회수할 최소한의 장치 고려해야"
보고서는 "이번 대책으로 임대인의 미납 조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비대칭이 다소 해소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전세사기피해주택을 피해자가 부득이하게 스스로 낙찰받는 경우 한시적으로 재산세와 취득세를 감면하는 것은, 사회적 재난으로 불가피하게 취득한 것을 고려한 일종의 보상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주택임대차보증금에 당해세 우선을 배제하도록 한 영구 조치는 문제의 발생이 된 종부세의 체납 실태와 함께 재정력이 취약한 기초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해 추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부세는 재산의 보유라는 담세력에 기초하면서 채무를 고려하지 않는 조세임에도 이번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보증금의 규모를 관리하지 않으면 주택분 종부세가 체납되는 경우 회수할 책임재산이 없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주택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더라도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나머지 주택들에 대해서는 임대차보증금이 우선 회수되고 종부세는 배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추진의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부연했다.
마 연구위원은 "종부세나 재산세 모두 조세로서 안정적인 재원 조달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바, 건별 세액의 다과(多寡)를 떠나 해당 조세가 체납될 경우 체납처분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