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수백만톤의 농작물 손실…수만 헥타르 농경지 침수”
러·우크라 ‘암모니아 수송관 파괴’ 배후로 상대방 지목
러 “흑해곡물협정 재연장에 부정적 영향”
◆…러시아 암모니아 수송관 <사진 위키미디아>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8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수백만 톤의 농작물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토부 또한 홍수가 우크라이나 남부 수만 헥타르의 농경지를 침수시킬 것이며 최소 50만 헥타르의 땅이 "사막"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마르틴 프리크 독일 국장은 "댐 파괴로 인한 대규모 홍수로 새로 심은 곡물들이 훼손됐다"며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3억4500만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 재연장 조건으로 내세운 암모니아 수송관이 파괴되면서 오는 7월 17일 협정 갱신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 공작) 세력이 5일(현지시간) 밤 하르키우 지역의 마슈티프카 마을 근처에서 파이프라인의 일부를 폭파했다"며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폭발 지역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암모니아 수송관 파괴가 흑해곡물협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전날 7일(현지시간)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암모니아 수송관은 지난해 7월 22일 이스탄불에서 체결된 곡물 협정 이행의 핵심이자 세계 식량 안보의 핵심"이라며 수송관이 재개될 때까지 흑해 항구의 선박 수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암모니아 수송관의 운송 재개를 흑해곡물협정의 재연장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UN은 러시아의 요구조건 중 하나인 암모니아 운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재연장 파기를 시사해 왔다.
이 가운데 흑해곡물협정 재연장을 위한 협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또다시 세계 곡물 수급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 항로가 차단됨에 따라 식량 파동이 일자 지난해 UN과 튀르키예,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17일, 만기일을 하루 남겨두고 협정 2개월 연장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화물선들은 흑해 항구 3곳에 대한 접근이 허용된 상황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항구 승인을 제한하는 등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실상 협정이 무효한 상태라고 재차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협정의 재연장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고수하며 이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복귀 등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흑해곡물협정이 만기 되는 오는 7월 17일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유엔 측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흑해곡물협정 재연장 협상을 위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