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HMM 본사 앞 소액주주연대 집회
2.7조 영구채 전액 상환시 희석 리스크 해소
주식 전환하면 발행주식수 10억주...주가하락 불가피
삼성證 "자사주 2억주 매입시 윈윈"
◆…HMM 소액주주연대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크원 HMM 본사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를 주축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HMM 소액주주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파크원 HMM 본사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를 주축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김경배 사장을 규탄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HMM 시가총액이 8~9조원대로 보유현금(14조원)에도 못 미친다며 HMM 경영진이 헐값에 매각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가는 5만600원을 고점(21년5월27일)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주연대는 HMM 주가하락의 배경으로 KDB산업은행(지분 20.9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보유한 영구채가 불확실성을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HMM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총 3조58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2021년 9000억원 상당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됐고 현재 잔여분의 권면총액은 총 2조6800억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3월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해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을 자문기관으로 선정했다.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제안서 제출 직전 '미리 보는 HMM 매각 딜' 보고서를 통해 "전환사채가 HMM 매각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3가지 매각 시나리오를 내놨다.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방안은 정부가 남은 CB에 대한 주식전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HMM이 2조70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하면 매각대금은 5조5000억원 수준이 된다. 정부 지분 40.7%에 대한 배당금을 통해 일부 회수할 경우 실제 인수대금은 1조9000억원까지 내려간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분 희석 리스크 해소와 내부 유보금 활용을 통한 원매자 부담 경감 효과가 크다"며 "산은과 해진공은 2016년부터 투자한 3조7800억원을 모두 환수하고도 1조7000억원 넘는 매각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의 이자 수입까지 감안하면 전환옵션 포기가 배임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2021년 CB 전환 당시 "국민 세금을 투입해 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포기하는 건 배임"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산은이 3000억원 규모의 CB를 6000만주로 전환하자 주가는 5만원에서 3만원대로 떨어졌다. 해진공이 6000억원 상당의 CB를 8365만주로 전환했을 때도 주가가 하루 만에 8.5% 급락하기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산은과 해진공이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발행주식수는 10억2500만주에 달하고 양사의 지분율은 총 71.7%까지 올라간다. 매각대금은 9조7000억원에 이르며 배당 후 실제 인수부담은 3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김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매각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장 큰 방안"이라며 "대규모 지분 희석으로 인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절충안으로는 오는 10월 금리 조정(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는 영구채 2건만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현금 상환하는 선택지가 있다. 192회차 CB와 193회차 BW는 10월 25일 이자율이 기존 3%에서 6%로 높아진다. HMM은 한달 전인 9월 조기상환 의사를 밝힘에도 불구하고 산은과 해진공이 전환을 선택할 경우다.
총 1조원에 달하는 영구채가 2억주로 전환되면 발행주식수는 6억8900만주로 늘어나고 양사의 합산 지분율은 57.9%가 된다. 나머지를 상환하고 현금 배당한다면 실제 인수자 부담은 2조7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전환옵션을 포기한다면 지분 희석 리스크가 완전 해소돼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 전환한다면 신주 발행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HMM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을 통해 지분 희석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4조3000억원~5조2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해 2억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유통주식 수와 평균 거래량을 고려할 때 2억주 전량을 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과 대규모 배당을 통한 원매자 부담 경감은 소액주주와 정부 모두 나쁠 것이 전혀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