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우크라전 손 떼나…프리고진 "국방부와 계약 없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국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11일(현지시간) CNN,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그룹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의 창립자인 프리고진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용병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해 일부 성과를 내면서 권력 실세로 부상했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5월 수만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장악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규군과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며 그가 점차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프리고진은 전장에서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르는 군 수뇌부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또한 용병들이 동부 전선 최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장시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보급을 거부하고 있어 심각한 병력 손실을 봤다고 반발했다.

지난 5일에는 술에 취한 한 러시아 장교가 바그너그룹 차량에 총을 쏘고 이에 격분한 바그너그룹이 해당 장교를 체포하면서 양측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 세미히리아에서 바그너그룹 후방에 지뢰를 매설하려던 정규군과 이를 막으려던 바그너그룹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달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하고 정규군에 임무를 넘겼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전날 군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있는 '모든 돌격대'에 오는 7월1일까지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했다.

이 계약 지시를 두고 러시아 일각에선 바그너그룹을 통제하려는 뜻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