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법적 인하 어렵지만 '담합' 여부 살펴볼 필요"
더존, 키컴 등 세무회계프로그램의 가격이 서비스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구입시 100~200만원 가량의 설치비용 외에도 연간 수십만원에 이르는 유지보수비용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개발비용 보전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조세일보 2006년 9월 7일 자 "세무회계PG 유지비 너무 비싸요"…'울며 겨자먹기')이다.
특히 세무회계프로그램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더존의 경우 시장의 독점 지배력을 바탕으로 고가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실무자 입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하다못해 노트북을 구입하더라도 모든 A/S비용이 제품가격에 포함돼 있고 업데이트 등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세무회계프로그램의 경우 S/W하나에 높은 구입가격을 정하고 있는 점과 매년 정기적으로 내야하는 출처 불분명(?)의 유지보수비용은 분명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 기업체 경리 실무자는 "더존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율 정도라면 제품의 가격을 내릴 여력이 충분히 있다"면서 "물론 시장질서에 의하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보면 조직적인 가격인하 압력이라도 취하고 싶을 정도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미 국가공인 전산회계자격시험에서 수험생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더존의 경우 실무자들에게 누구보다도 익숙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1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키컴의 경우에도 가격은 더존보다 상대적으로 약간 저렴하지만, 설치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을 받는 가격 시스템은 동일하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의 부담은 마찬가지인 셈.
그렇다면 이러한 세무회계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단 법적으로는 해당업체가 특별히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프로그램에 대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지만, 업체간 '담합' 여부와 유지보수비용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더존의 경우에는 시장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무회계프로그램만 따지고 본다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지배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현행법상 규제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시장지배사업자의 '가격남용금지' 규정을 적용하기도 힘들뿐더러 기본부터 가격이 높았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비교상대가 없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세무회계프로그램의 현행 가격수준이 업체간 '담합'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동회의로 봐야 할 것"이라며 "유지보수비용도 과다하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한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세무회계프로그램에 대해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가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향후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