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싱하이밍 곡해 발언, 中 '적절한 조치' 기다려"
中 "화제거리되면 안돼"… '싱하이밍 조치 요구', 사실상 거부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중국 정부가 최근 강경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한국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중 외교 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싱 대사에 대한 조치 요구)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하이밍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점에도 주목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왕원빈 대변인이 지적한 인신공격성 보도는 싱 대사가 지난달 울릉도의 한 최고급 숙박 시설을 무료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일부 국내 언론 보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왕 대변인은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직무이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시키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으로,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요구한 적절한 조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후 한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중국 역시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외교적인 긴장이 높아가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싱 대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3일에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싱 대사의 발언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외교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한중 무역관계를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 한국이 헌법정신에 기초해 자유민주주의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상호 존중, 호혜협력 원칙에 따라 건강한 한중관계를 밝혔는데, 마치 그런 정책이 편향되고 특정국을 배제하는 듯한 곡해된 발언을 했다"고 짚었다.
또 "한국에 와 있는 최고위 외교관으로서 선린우호 관계에 매진하면서 문제점이 느껴져도 비공개로 풀어나가고, 국민들 앞에서는 언제나 비엔나 협약 정신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지켜나가는 것이 직분인데, 그런 취지에서 어긋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싱 대사와 중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그를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나왔다.
한편 왕 대변인은 이날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한국 측은 중국과 마주 보고 나아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왕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중국 외교부가 한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 외교부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 외교부에서 적절히 잘 대응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12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라고 얘기했을 때는 (한국 정부가)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았으면서, 중국이 말하니까 내정간섭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내부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 교수는 다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나름의 전략을 갖고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확전을 원하지 않고, 한국 역시 한중 단교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해 "정부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민간에 대해서는 온건한 대응이라는 이른바 분리대응 전략, 양면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한중 양국의 외교 신호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외교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서는 한중 외교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