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완화, 즉시 상장퇴출 제도 보완 요청
한국 RCP(Regulatory Contact Partners, 회계법인 대표자 모임)는 우리나라 감사인들이 미국, 유럽등에 비해 책임이 너무 과중하다며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지난 11일 KPMG 삼정이 RWG(Regulatory Working Group)을 도와 열린 세계 6대 회계법인간 회의에서 KPMG 삼정의 박영진 대표가 한국 RCP모임을 대표해 한국의 회계제도와 감사인의 책임완화, 감사의견에 근거한 상장퇴출 제도 등 주요 현안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먼저 "증권거래법에 의해 감사인은 제3자의 손해에 대해 회사와 무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이 비례책임제 또는 감사인의 책임한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훨씬 과중하다"며 감사인의 책임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내년부터 발효되는 집단소송제의 시행으로 인해 감사인이 부담하는 리스크는 더욱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회사가 최초 상장을 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회사는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유가증권 신고서에 포함하도록 증권거래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회사는 감사가 종료된지 무려 1년이 지난 뒤 재무제표를 감사인의 동의 없이 등록서류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우 투자자들은 1년간 회사의 영업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를 하게 되므로 자칫 커다란 손해를 볼 수 있으며, 감사인도 이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회계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최초 상장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등록서류에 감사보고서가 포함되는 경우 감사인의 동의(Consent letter)를 받도록 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을 요청했다.
그는 "이러한 절차는 감사보고서 발행일과 감사보고서 실제 이용일 사이의 회사 주요 변경사항이나 이슈를 감사인이 추가 검토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보다 최신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행 전자공시시스템은 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가 포함된 감사보고서를 시스템에 등재하는 공시책임을 요구할 뿐 아니라 감사인이 한정 또는 부적정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는 수정사항이 반영된 재무제표를 감사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구는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립성 규정과 대치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감사인의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의견, 감사범위 제한에 의한 한정의견을 통해 회사의 즉각적인 상장폐지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러한 의사결정은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에서 내려야 하는데 여과과정 없이 바로 상장이 폐지돼 감사인의 올바른 의견표명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있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이 날 회의에 참석한 윤용로 증선위 상임위원은 "현재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모든 손해배상을 감사인에게만 청구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법원에서 회사,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의 과실에 경중에 따라 판결을 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윤 상임위원은 또 "현재 호주, 독일, EU 등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비슷한 나라에서 감사인의 책임한계를(Liability cap) 두고 있다"며 "이들 나라에 비해 감사인의 책임이 얼마나 과중한지 비교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