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프리카평화사절단에 합의문 초안 공개하며 "우크라 탓에 해결 어려워"

남아공 대통령 "전쟁이 전세계 부정적 영향" 종전 촉구

푸틴 "대화 거부한 적 없어…합의 저버린 것은 우크라이나"

"흑해 곡물 수출은 아프리카 식량위기 해결에 도움 안 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등 아프리카 7개국 지도자들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사절단을 이끈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 전쟁이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라마포사 대통령은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로 개방,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탓에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논의됐던 합의문 초안을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약속대로 키이우에서 철수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들이 (합의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종전을 위해선 '새로운 현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주에 대한 합병을 의미한다.

또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는 세계적 식량위기의 책임은 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식량 시장 위기는 전쟁 때문이 아니다"며 "코로나 19 이후 서방이 식량 사재기에 앞장서면서 글로벌 식량 가격이 상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아프리카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된 곡물의 약 3%만이 아프리카로 공급됐다"며 "우크라이나 곡물의 공급이 아프리카 식량위기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흑해곡물협정의 연장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발표한 10가지 제안에 관심을 보였다"며 "러시아는 앞으로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리카평화사절단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조속한 종전을 위해 즉각적인 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