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한 나라의 대통령, 대통령실, 교육당국에서 나오는 얘기 아냐"
"사교육 시장, 이권 카르텔로 규정…엄청난 도발"
野김영호 "장관, 국장에게 책임 전가…상당히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여 앞두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역대급 인스턴트 요리가 대통령발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수석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다 보니까 정상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막 쏟아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육계에서는 올해 2024학년도 수능이 평년보다 쉽게 출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발언 하루 만인 16일 "윤 대통령이 어제 이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대입 담당 국장을 '사교육 업계 간 이권 카르텔'을 이유로 경질했다. 대통령실은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경질인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수석은 "변별력을 강화하자는 것인지 쉽게 내자는 것인지, 교육부 장관은 학교 수업 밖에서 출제 안 한다 하고, 대통령실에서 또 교과과정이라고 했다, 변별력이라는 말을 빼먹었다(고 한다)"며 "심지어 작년에 이미 융합형 문제나 비문학 출제는 하지 말라고 대통령이 비공개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조금 전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대입이나 수능이 암기 위주였기 때문에 창의력을 중심으로 출제 기조가 변화돼 융합형 출제가 나온 것이고, 비문학도 마찬가지"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 대통령실, 교육 당국, 한 나라에서 말하는 얘기가 아니다.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권 카르텔 언급에 대해선 "사교육 시장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한 것으로 엄청난 도발이다. 교육 당국과 사교육 시장을 한 편이라고 하고 그 근거로 모의고사 어렵게 냈다, 이런 거 아닌가. 어떻게 국정 운영 컨트롤 타워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런다고 사교육 시장이 축소되지 않는다. 우리가 다 해 봤지 않나. 풍선효과가 또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건 수험생과 학생들과 학부모만 불쌍해지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대통령과 대통령실, 교육 당국 이야기가 한 가닥, 한 줄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대통령이 뭔가 생각이 딱 들면 시스템이건 대안이건 심층적인 연구, 검토건 없이 바로 지시하는 것"이라며 "선무당 사람 잡듯이 하나가 꽂히면 바로 그것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통령실이나 참모들 또 관계 부처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해명, 수습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교육 시장으로부터 국민들의 고통을 좀 덜어준다는 기조하에 연구하고 대안도 모색하고 해서 해야지 문제를 어떻게 내라고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문제를 이렇게 내라고 할 정도의 방향 제시를 했으면 대안들이 다 복합적으로 나와야 되는데 이거는 없이 대통령이 문제 이렇게 내라, 저렇게 내라 하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대통령은 너무 즉흥적"이라며 "대안도 없고 연구한 흔적도 없이 결론부터 갑자기 디테일하게 내고 수습 못 하고 나중에는 적으로 돌리거나 이권 카르텔로 돌리거나 장관을 경질하거나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도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능 출제에 대한 지시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매우 일방적이었고 전문가 의견을 거치지 않고 정말 아마추어적"이라며 "모든 책임을 장관이나 국장에게 전가하는 것도 상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장관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라고 브리핑했는데 나중에 대통령실에서 학교 수업이 아니라 공교육 교과 과정으로 수정한 것을 두고 "말장난이다. 바이든 날리면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꾸 해명할 것이 아니라 빨리 사과로 매듭짓고 우리 수험생들에게 빨리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이 주요 핵심 내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취지는 이해가 되는데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발언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준 것은 비판받아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최근 수능에서 잇따른 킬러문항이 문제된 것은 사실이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점도 우리 교육위원들이 강하게 지적해온 문제"라면서도 "킬러문항을 지양하고 변별력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 출제에 대한 신중하고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이 문제는 수능 출제위원과 전문가의 영역이지 대통령의 영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