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비용+신냉전 수혜로 日 증시 강세
"日 경제 디플레이션 탈출할지 지켜볼 때"
"BOJ 완화 기조로 약세 지속...단기적 액션 필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비행 스케줄 스크린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달러·엔 환율이 150에 근접할 정도로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업 역량을 갖춘 일본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서 디플레이션 탈출구를 찾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BOJ)의 액션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긴축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고 자산가격의 강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일본 증시 강세의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것은 망설였지만 일본 구마모토에는 자처해서 10조원 규모의 신규 팹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AI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자동차 EV 전환에서는 뒤쳐지지만 반도체 소재, 기계와 로봇, 상사 등 산업재 전반에서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수년 전부터 유입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다"며 "일본이 신냉전 구도의 수혜국이 될 것으로 이미 주식시장은 판단내린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이 낮은 비용과 더불어 미-중 갈등 구도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30년의 디플레이션을 겪는 동안 낮아진 비용구조도 투자를 유치하기 좋은 매력이 된다"며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이유는 단지 먹을거리만이 싸서가 아니다. 서비스가격, 인건비, 부동산가격, 환율, 금융조달비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비용 매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0년동안 사회가 정체하면서 모든 부문에서의 가격이 하락했다"며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이 있는 국가가 비용마저 낮아지면 이기기 어려운 법"이라고 덧붙였다.
엔화 약세도 증시 상승의 동력이 됐다. 이 연구원은 "엔화의 약세 추이는 워렌 버핏이 30년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일본 상사를 매수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자금조달을 엔화 채권으로 했으니 버핏은 환 리스크가 없다"며 "2% 초반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30년이나 당겨놨으니 이후의 금리 상승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를 매수한다 하더라도 도요타, 패스트리테일링 등이 상위에 있는 주가지수보다는 어차피 지주회사격인 일본 상사를 매수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증시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지 지켜보아야 할 때"라며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은 일본에 오히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단 외부 상황에 의해 인플레이션으로 한 발짝 내디뎠으니, 임금 상승이 이어지고 다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2% 이상에 안착하면서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출이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겠다"고 설명했다.
BOJ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점차 문제가 되면 BOJ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될 것"이라며 "10년 금리를 0.5 아래로 묶어두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이나, 매수했던 일본 증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도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BOJ가 완화 정책을 이어갈 뜻이 명확히 하고 있으니 엔화는 자꾸만 약세로 간다"며 "물가 레벨이 급등했고 엔화도 전고점에 가까워질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단기적으로는 BOJ의 액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30년동안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은 나라인 만큼 통화 긴축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된다면, 증시든 부동산이든 자산가격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