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일시금 인출시 패널티...원천금지하는 나라도"
"韓 후불임금 인식...개인 납입금만 부분인출하는 방안"
◆…(왼쪽부터) 김정각 금융위 상임위원, 백혜련 정무위원장, 어반퓨너레드 ICSA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협회 제공]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23 ICSA(국제증권협회협의회)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의 평생소득, 노후소득 환경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퇴직연금 제도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선임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나타나고 있어 평생소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암묵적으로 강하게 작동했던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부양하는 가족주의가 최근 빠르게 붕괴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은 세계 3대 규모지만 출범 이후 소득대체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노후소득 보장 측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자본시장에 주는 충격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관점에서 공적연금을 상당부분 보완·대체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송 선임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6% 수준으로 원금의 2배가 되려면 30년 넘게 걸린다"며 "반면 미국은 10년이면 2배로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본격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송 선임은 "가입자가 선택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원금보장상품이 포함돼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원금보장 부분과 관련해 제도를 리뉴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건 이직이 잦고, 적립금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봤다.
송 선임은 "연금자산을 축적하는 단계에서 평균 5년마다 이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계좌를 해지해 인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남는 연금자산은 근로자가 평균 5년 모으는 16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세제혜택을 통해 연금자산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은 일시금 인출시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근로자의 노후소득에 과한 세금을 매기는 게 정당한가 하는 정서가 있다. 그러나 평생소득 관점에서 보면 극복해야 할 관점"이라고 봤다.
이어 "영국, 미국처럼 세금으로 패널티를 주는 방식 또는 오스트리아처럼 퇴직연금을 의무화해 60세까지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 중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 고용주가 납입한 기여금을 근로자의 후불임금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상당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며 "따라서 회사의 기여금과 본인이 추가로 납입한 부분을 분리해 부분인출만을 허용하는 정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가 퇴직연금 미래고객으로 부상하는 점은 호재다. 송 선임은 "연금자산을 축적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주체가 MZ세대"라며 "제도적인 장애만 어느정도 해결되면 퇴직연금제도가 상당히 퀀텀점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