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간담회서 밝혀 "은행명 변경도 고려"
대구은행, 당국 요구하는 자본금·지배구조 요건 중촉해
경쟁사인 BNK금융과 JB금융, 금산분리 규제 저촉으로 어려움 존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존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기로 한 내용 등이 담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인가를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도록 추진해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게 주요 방침이다. 자본금, 지배구조 요건 등 인가 조건을 충족하는 금융사는 언제든지 시중은행 진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가 이자장사에만 몰두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해친다는 판단 하에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 5개월간의 TF(실무회의 포함) 논의 결과, 은행업 인가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최선책으로 결론을 낸 셈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년 내로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하겠다"며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 경제에 재투자하여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행명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영업할 때 지방은행이라고 하면 일부 소비자들이 차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 시중은행과 대등한 브랜드를 이용한다면 디지털 시대에 여러 가지로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중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금융위는 이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과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신속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실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경우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업권의 경쟁을 촉진해 과점력과 예대금리차를 줄여 과점이윤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우선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곳은 대구은행이다. 자본금과 지배구조 요건 등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인가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고, 시중은행 전환에도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 본점 전경［DGB금융 제공］
아울러 대구은행은 이미 금융당국에 전국적 지점망을 갖춘 시중은행으로 전환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현재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의사를 어느 정도 밝힌 상태"라며 "신청이 되면 신속하게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빠르게 진행을 하면 올해 안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그는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아 당장 아주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시중은행 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잠재적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금융산업의 경쟁체제가 더욱 촉진될 수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한편 경쟁관계인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계열 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지분 구도 상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BNK금융지주는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장학재단 등 롯데 관계사가 11.14% 지분을 갖고 있고, JB금융지주는 삼양사가 지분 14.14%를 갖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표면상 금산분리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이 DGB금융 지분 3.3%만 갖고 있어서다. 대구은행의 대주주인 DGB금융지주의 지분은 국민연금(8.78%,3월말 기준), OK저축은행(8%), 우리사주조합(3.95%)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금년 안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하면 1992년 11월 설립된 평화은행 인가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추진 적극 허용'이라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확인된 만큼 구체적인 시중은행 전환 신청 계획을 조만간 수립해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구은행은 입장문을 통해 "DGB대구은행에서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하고 금융당국의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현재 시중은행 전환 신청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DGB대구은행은 내부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를 진행했으며 향후 금융당국의 방침이 구체화되면 보다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정확한 답변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