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섭 "본인 보수 결정에 의결권 행사 위법... 보수한도 무효이므로 퇴직금도 0원"
"과징금·벌금+부당이득까지 52억원 손해배상해야"
"감사로서 선관의무 다할 뿐...이미지 제고, 재무개선에 힘쓸 것"
◆…남양유업 감사를 맡고 있는 심혜섭 변호사는 지난 12일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첫 번째 소송은 올해 주총에서 결의된 이사 보수한도(50억원)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제기됐다. 상법 제368조3항에 의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홍 회장은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심 감사는 지난 12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홍 회장은 이사이자 주주로서, 보수한도 결의에 관해 의결권이 없다고 보는 게 통설과 판례에 비춰볼 때 타당하다. 홍 회장의 의결권을 제외하면 부결돼야 할 안건이 가결됐으므로 결의 자체를 취소할 것을 구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상장사 주총에서 승인된 이사 보수한도를 무효화하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 감사는 "이사 보수한도 결의에 있어 이사가 특별 이해관계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상법 제368조3항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상장사에 관한 판례는 다수 존재한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방은 '대주주 의결권을 제외하면 상법상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70% 이상 의결권을 보유한 경우 발행주식총수 4분의1이라는 의사정족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홍 회장의 퇴직금 산정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분쟁 소송 결과에 따라 홍 회장이 퇴직할 가능성이 있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원의 퇴직금은 '월보수액x근속연수x배수'로 정하는데, 홍 회장의 경우 '7배수'를 적용해 퇴직금이 1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심 감사는 "위법한 주총결의에 의한 월보수액을 곱해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문제가 있다"며 "주총결의가 취소되면 월보수액이 0원이 되니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봤다.
이어 "통상 2~3배수를 적용하는데 남양유업은 7배수로 과한 수준"이라며 "회사가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니 '165억원'이 취소된다면 상당히 의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소송은 홍 회장 재임 중 회사가 부담한 과징금 및 벌금에 대한 손해배상과 홍 회장이 수령한 보수에 대한 반환 청구를 목적으로 한다.
심 감사는 10억원 상당의 과징금 및 벌금과 함께 위법한 의결권 행사에 근거한 '부당이득금'까지 약 52억원을 소송가액으로 삼았다. 홍 회장이 퇴직해 퇴직금을 받게 된다면 청구취지 확장을 통해 200억원대로 조정될 전망이다.
그는 "남양유업은 경쟁사 비방과 대리점 갑질, 불가리스 사태 등으로 과징금 및 벌금을 부과받았다. 홍 회장이 여기에 가담했거나 관리감독상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회사에 대해 민사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최근 법원 판례의 경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전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후 홍 회장이 16억원의 연보수를 받을 만큼 회사에 노력을 기울이거나 리스크를 감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엄밀히 말하면 그 당시(2021년) 계약이 이행됐다면 집행되지 않았을 돈이고, 올해 보수한도 결의는 부결로 보는 게 타당하므로 반환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의 소멸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소송을 서두르는 배경 중 하나다. 손해배상 청구 가능 시점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심 감사는 "나도 소송을 제기하는 게 상당히 불편하다. 지배주주가 선임한 감사가 아닌 셈이 돼 안 그래도 외로운 입장에서 소송까지 제기하는 건 큰 부담이었다"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되는데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로서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고, 아는 데도 가만히 있으면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다"라며 "회사의 손해를 청구하는 게 감사의 의무다. 그냥 넘어간다면 오히려 감사가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조만간 남양유업의 주인을 결정짓는 주식양수도소송에 대한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심 감사는 "경영권 행사 주체가 달라진다면 소송 수행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홍 회장이 퇴임한다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감사가 아닌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게 된다"면서도 "그렇게 바뀐다 해도 이미 제기한 큰 틀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홍 회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남양유업에 덧씌워져 있지만 사실 남양유업과 홍 회장은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라며 "남양유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거래처, 낙농가, 주주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 '남양유업은 대주주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이해관계자가 정말 많다'는 걸 외부에 보여주는 게 이번 소송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로 있는 동안 주어진 여건 하에서, 그 여건을 과감히 넘어서라도 남양유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재정적으로 우량한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비지배주주가 뭉쳐서 선임한 감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롤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양유업 관계자는 "과거 내용에 대해 잘 아는 직원들은 당시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된 부분이 소송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며 "소송이 잇따라 제기돼 회사에 부정적 이미지가 축적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인터뷰 내용은 조세일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