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사모 CB 발행...불공정거래 빈번
김우진 교수 "전수조사해 횡령·배임 여부 파악해야"
◆…20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20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전환사채 중 76.5%는 코스닥기업이었다. 전환사채 214건 중 5건을 제외하고 모두 사모로 발행됐다.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되거나 무자본 인수합병(M&A)과 결합해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존재했다. 콜옵션과 리픽싱 등 각종 조건이 붙고, 만기 전 취득 후 헐값에 재매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콜옵션 전환사채가 최대주주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도 빈번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시 활성화와 불공정거래 집중 조사를 통해 전환사채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개정을 통해 콜옵션 행사자 지정시 행사자, 대가 수수여부를 공시토록 하는 것이 포함됐다.
거래소 공시규정을 개정해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시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현물 대용납입시 주요사항보고서에 납입방법을 필수 기재토록 한다. 사모 전환사채 발행의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 이후 납입기일 1주일 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전환사채에 대한 직접 규제 도입도 추진한다. 콜옵션 무상양도·매매 또는 콜옵션 부여 자체를 막는 방안이다. 또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와 총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정한다. 만기 전 취득한 사모CB 재매각시 1년간 전환권 제한도 제시됐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정상적인 전환사채 발행은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여지가 굉장히 많다"며 "CB로 자금조달해서 어디다 썼는지, 누가 얼마나 행사하는지, 주가는 어떻게 되는지, 횡령·배임은 얼마나 있는지를 전수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과도한 규제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사모보다 공모를 활성화하면 증권사는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서 좋지만, 발행사 입장에서는 최소 2개월이 더 걸려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도 "'CB공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과도한 발행, 불공정거래 이슈가 제기되고 있어 거래소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전환권 행사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건 규제형평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전환가액 산정방식도 명확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한계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면 자금조달이 경색되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미 다양한 공시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공시 강화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의 문제를 일반화해 전부를 규제한다면 성장성 높은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을 막을 수 있다"며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 역시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중소기업이 공모발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위 200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주총 특별결의를 얻은 개별 CB 건에 한해 리픽싱을 허용하는 것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2달에 1번 꼴로 주총을 열어야 해 부담"이라며 "이사회 결의로 위임한 사안을 다시 주총을 통해 결정하는 게 상법에 어긋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승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공시 강화는 찬성하지만 발행한도 등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채 재매각시 전환권을 제한하는 규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증발공 개정만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발행한도 규제 역시 2011년 사채 발행한도 규제를 폐지한 것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공시가 미흡하고 유통 과정에서 규제가 촘촘하지 않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CB가 혁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균형감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