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학생인권’ 겨냥하자… 교육계 “문제는 교권 보호”

서울 서초구 한 초등교사의 극단 선택을 계기로 당정이 교권 강화 및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교육계 종사자들은 학생 인권조례 개정이 아닌 교권 보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지난 24일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이 추락했다는 여론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최근 불거진 교권 문제는 학생 인권조례가 있어서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교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법령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생님을 굉장히 어렵게 느끼면서 그림자도 못 밟고 지나가던, 그 시절에는 교권도 없었고 학생 인권도 없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은 정확히 공식화된 권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관습이고 문화로 인해 기인한 것이었다. 옛날에도 공식적인 교권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 인권조례 같은 것들이 만들어졌는데 교권을 확고하게 해주는 법령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며 "(최근 교육 현장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학생 인권조례가 있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교권 보호를 위한 명확한 법령이 없어서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에게 갑질을 하거나 욕설·폭행들을 하는 학생들이 있을 때, 교사가 그것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이것은 문화·관습을 통한 보장이 아닌 (교권보호) 법령으로 보장돼야 할 부분이다. (현재는) 그게 미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조례를 공격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실제로) 학생 인권조례를 들여다보면 별 거 없다"라며 "때리지 마라, 차별하지 마라 이런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갑질'한다거나, 교사에게 욕설·폭행을 해도 내버려두라는 얘기는 학생 인권조례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교원단체총연합회 2030청년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되는 구조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불거진 교사-학생 간 문제에 대해 "학생 인권과 교권이 서로 대립된다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학생 인권에서 특정 부분이 강조되며 선생님들의 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이것이 교사들의 공분을 사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양의 학생 인권조례들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에 대해 학생 인권은 학교에서 책임지라고 명시돼 있다"라며 "학생 인권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되, (학교 차원에서 교사를 위해)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할 권리가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당·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음을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지시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님에도 마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위협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