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부터 7월 15일까지 의심사례 130건 보고
오염된 음식 통해 전파되는 제주니 박테리아 발견
◆…페루에서 갈랑-바레 증후군이 확산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사진=로이터통신
페루 정부가 길랑-바레 증후군의 급속한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페루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15일까지 총 231건의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중 4명이 치료 중 사망했다. 특히 6월 10일부터 7월 15일까지 불과 5주 사이에 130건의 의심사례가 보고돼 페루 정부는 90일간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길랑-바레 증후군이 치명적인 경우는 거의 없으며 독감과 전염성 박테리아 등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단시간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페루의 25개 지역으로 의료 자원을 동원하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을 제외한 과거 월 평균 20건 미만의 사례가 발생한 페루에서 최근 길랑-바레 증후군의 사례 증가는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페루에서는 지난 2019년에도 700건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신체의 면역 체계가 말초 신경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신경 질환으로 뇌신경과 말초신경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인구 10만 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소병이다.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리면 갑자기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모두 영향을 받으면 말하기·걷기·삼키기·배설 또는 기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까지 길랑-바레 증후군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환자의 회복 징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게 된다.
페루 보건당국은 지난 5주간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 박테리아가 확인됐다. 캄필로박터 제주니 박테리아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지하수 및 음용수)을 통해 전파되며, 드물게는 환자 또는 병원체 보유자의 대변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도 가능하다.
연령별로는 성인 30세 이상(158건)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7세 미만(44건)이었다. 전체 사례중 133명(57.6%)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루 보건당국은 길랑-바레 증후군의 급격한 확진자 증가와 캄필로박터 제주니균의 연관관계를 아직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