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덕수', 이화영 동의 없는 증거의견서·재판부 기피신청서 제출
이화영 "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변호인 의견, 동의하지 않는다"
"다음 기일에 '해광'과 정상적으로 재판 진행하고 싶다"
檢 "검찰 진술조서 부인하는 '미션 아니냐"…덕수 "재판장님, 그대로 놔두시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연합뉴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법무법인 해광과 함께 공동 선임된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가 출석했다. 해광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해광 측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적극 변호 활동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불만을 표하며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이날까지도 부인과 입장차를 조율하지 못하자 해광 측은 지난 재판에 이어 불출석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전담한 해광 측 변호사가 불출석하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자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 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검찰과 덕수 측 대립은 변호인이 최근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더 격화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한 진술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태 변호사는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 (증거에 대한) 내용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이의 있다"며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다. 이어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나"라며 소리치자 김 변호사는 "당신은 하나님한테도 쓰는 말"이라고 되받아치며 거친 고성이 오갔다.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며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다음 기일에 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덕수 측은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다시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을 물었지만 이 전 부지사는 "다음 기일에 '해광'과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재판 절차 진행 논의를 위해 공판은 10분간 휴정됐다.
김 변호사는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무관한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및 변호인 사임서를 차례로 제출했다.
검찰이 "(덕수 측이) 피고인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검찰 진술 조서를 오로지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재판장님, 미션을 얘기하는데 놔두시는 거냐. 퇴정하겠다"며 10여분 만에 퇴정했다.
김 변호사가 제출한 증거의견서에는 "피고인에 대한 회유·압박 및 신체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에 따라 임의성이 의심되는 피고인의 자백이 포함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 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곧 밝히면서,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이날 공판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검찰 측 증인신문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대리할 변호사가 공판 도중 사임하면서 재판은 결국 파행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진행된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해 '경기도와 관련 없다'며 그동안 부인하던 입장 일부를 변경해 최근 검찰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전 부지사가 이날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에 대해 관심이 초집중된 상황이었으나 진척 없이 끝나면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한 달 넘게 공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