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있다는데…국세청에 수사권한을 준다면

국회입법처, '조세범칙조사 제도 개편' 보고서

범죄 입증 어렵다보니…조세범 기소율은 낮아

美는 국세청 내 범죄수사국서 조사 이루어져

"세무공무원에 '사법경찰권' 지위 부여 필요"

'수사권 남용' 우려도 만만찮아 현실화 미지수

장부의 거짓 기장이나 허위 증빙 등 조세포탈 범죄를 저질렀어도, 과세관청(국세청 등)이 이를 입증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조세범죄는 주로 과세관청의 범칙조사 착수로 시작되는데, 세무공무원에게 수사권한이 없다보니 탈세 혐의를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무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론도 제기된다.
조세범 수사는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도중에 범죄혐의가 포착되면 범칙조사로 전환(조세포탈 혐의금액 5억원 이상, 범칙조사심의원회 승인)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국세청이 조세범죄의 초동수사기관으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조세범 처벌절차법 8조를 보면 '압수·수색 등 대물적 강제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특별사법경찰관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사법경찰관이 아니기에 수사는 할 수 없다. 게다가 세무조사라는 행정절차와 조세범죄를 확인하는 절차(범칙조사)를 한 조직에서 함께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초동수사 역할을 못 하고 있단 시각도 짙다.

미국 연방국세청 내엔 범죄수사국이 있다. 이곳은 국세청에서 조세범죄와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범죄혐의나 단서를 포착하면 세무조사과 직원은 세무조사를 중단하고 특별수사관이 범죄수사를 수행하는 식이다. 일본도 세무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입법처가 제안한 건 주요국처럼 세무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 부여다. 보고서를 작성한 입법처 임재범 입법조사관은 "세무조사와 조세범칙조사는 절차·내용·조사기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세무공무원이 이를 모두 담당하고 있어 범칙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칙조사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조직 또는 부서를 신설해서 조세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수사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세무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할 경우 ①검찰과 보다 협조적인 관계를 형성해서 수사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고 ②대인적 강제처분 등 수사권 부여로 탈세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납세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임 조사관은 "통고처분 대상 범칙사건에서 수사권을 남용할 우려가 있는 등 납세자의 기본권 보장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사법경찰관 지위 부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입법조사처에서 인용한 통계는 분모인 고발건수 산정 시 실 고발건수 외 다른 수치까지 모두 합산하여 결과적으로 기소비율이 낮게 계산되었으나, 실제 국세청의 고발건수 대비 기소건수의 비율은 68.3%로 인용한 논문의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