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이자 내는 중소기업...고금리 시대 부채 활용 전략은

기업 신규대출금리 2년새 2.72%→5.32%

한계기업 도산 우려...우량기업도 리파이낸싱 난항

한국은행이 올해 1월까지 10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는 3.5%라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기에 놓였다. 금리 기조가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전환된 가운데 기업부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23일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기업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금리상승으로 민간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도산 우려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자본연 분석 결과 2021년 6월 2.72%이던 기업의 신규 대출 금리는 올해 6월 기준 2.6%포인트(p) 오른 5.32%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말 비금융업 회사의 평균 차입이자율은 중소기업 5.79%, 대기업 3.68% 수준이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자 상환 부담의 급격한 증가는 단기 영업현금흐름 악화와 부실·한계기업의 도산 우려로 이어졌다"며 "기업의 재무적 곤경 위험이 증가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시장의 경색 요인이 확산하자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 역시 높은 재금융(리파이낸싱)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장기업의 현금유동성 위험은 비교적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소폭 반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본연은 작년말 기준 단기적인 자금 압박에 직면할 우려가 있는 기업이 전체의 3.17%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6%) 당시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대출의존도 심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업채무의 부실화 위험이 시스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팽창하는 상황에서도 건전성 유지에 방점을 두어온 기업의 보수적인 부채관리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세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보다 안정적 관리에 주력했다. 건전성은 유지했을지 몰라도 성장기회를 달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소홀했다는 게 자본연 지적이다.

이에 성장 둔화 추세를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부채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도입기·성장기 기업은 적극적 차입전략을 통해 성장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성숙기·쇠퇴기 기업은 주주환원을 위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필요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비핵심사업 매각을 통한 부채 축소를 포함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매출 확대를 통한 이익 성장의 여지는 제한적인 만큼 마진율 개선이 이익 성장의 주요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세계화, 탈탄소화, 인구구조 변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상승 요인이 기업의 부외 부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