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원희룡 설전, "정치중립 위반"…"저보다 더 센 노무현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정권교체' 발언을 두고 "명백한 공직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원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일반적인 견해 표명이라고 본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 24일 보수성향의 포럼 강연에서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서 내년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간사 최인호 의원은 30일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생을 챙기고 행정을 집행하는 정상적인 장관이 아니라, 유세장에 나온 정치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며 "야당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식으로 선거법 위반 발언까지 한 국무위원이 역대 어디에 있었나"라며 원 장관의 사과를 요청했다.

이소영 의원은 "원 장관은 국무위원이냐, 아니면 국민의힘 총선 선대본부장이냐"며 "공직선거법상 선거중립 의무는 원희룡 장관 같은 정무직 공무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국토부 장관이 아니라 여당 선대본부장을 앉혀두고 질의를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원 장관이 정치 중립을 철저히 지킨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병욱 의원도 공세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지난번 양평고속도로 관련된 유튜브에서도 보면 민주당이라는 단어가 스물몇 번 나온다. 정말 국가를 위해 종사하는 국토부 장관인지 민주당에 반대하기 위해 장관직을 활용해 국토행정을 빌미로 정치 행위를 하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맹공했다.

이어 "며칠 전 발언을 보고 이제 원 장관이 장관을 할 것인지 다시 정치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왔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지금 대통령과 비교한 것이냐. 그 사례는 맞지 않다. 장관으로서 위원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 정도는 하시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말씀으로 대신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그것은 통수권자의 얘기 아닌가. 이건 적당한 비유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준호 의원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결산 보고 관련된 질문에 답할 위치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장관의 퇴장을 요청한다. 지금 상태에서 장관 세워놓고 저희가 질의할 수 있겠나. 차관들이 대리하시고 장관께 퇴장을 요청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원 장관에게 "장관님 논리가 맞다면 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 이건 굉장히 헌법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사과 요청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사과 안 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겠다.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원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를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원 장관은 계속된 야당의 공세에 "위반을 전제로 한 약속 요구이기 때문에 그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당시 발언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라며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집권여당과 대통령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얘기지, 선거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전혀 의미하지 않고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또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일반적인 견해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 중립 의지 선언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살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란 것"이라며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총선 지원 관련 발언으로 원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