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주장한 '항명' 혐의 박정훈 대령, 내일 영장실질심사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내달 1일 열린다.

31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항명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대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9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소재 군사법원에서 이뤄진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당일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군검찰 관계자는 "박 대령이 계속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호우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발생한 채 모 상병 사망 사고 처리와 관련해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박 대령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박 대령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수사를 진행한 뒤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결재받았다.

이후 장관은 돌연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박 대령은 이달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인계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한 뒤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한 뒤 입건했다.

군 당국 측은 지난달 31일 이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수사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죄명과 피의사실, 혐의 내용 등을 수사 보고서에서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 출석한 박 대령은 진술은 거부하고 10페이지 분량의 진술서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진술서를 통해 김계환 사령관의 전언이라며 "지난달 31일 오전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령관님께 VIP가 이야기한거 맞느냐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 측은 국방부 검찰단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사건 관련 질의가 나오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박 대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서면 브리핑을 통해 "수사 외압의 몸통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증인의 입을 막으려는 국방부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