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지정학 활용…"김일성도 냉전시대 중·러 고립 이용"
북러 동맹, 中과 다르게 동등한 관계…"러 절박해"
"북·중·러 동맹, 신뢰 낮아…지속 가능하지 않아"
"무역시스템 의존도 큰 中, 적극 동참 않을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일부 분석가들은 김 총비서가 4년 만의 첫 해외순방으로 중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신냉전 속 고립된 러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이용한 것이라고 봤으며 중국이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양국 협력에 거리를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북한에서 출발한 방탄 열차를 탄 김 총비서는 12일(현지시간) 오전 국경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했다. 김 총비서가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이후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의 만남이 북·중·러 연대 등 향후 관계 재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양 정상이 무기 거래나 경제 지원 등 실질적 합의에 도달할지 알 수 없지만, 관계 회복을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우크라이나 전쟁, 한일 갈등, 중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의 아르템 루킨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진정한 동맹 없이 단독으로 지내왔다"며 "이제 북한은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중 동맹과 달리 북러 동맹은 대등한 관계로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북한의 주요 동맹국이자 보호자 역할을 하는 반면 러시아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관계를 맺으리라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애틀랜틱 카운슬의 토머스 신킨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의 간절함을 이용해 국제적 관심과 정당성을 얻으려 한다고 전했다.
신킨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지원을 원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에 이를 기꺼이 제공할 만큼 절박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사진 로이터>
실제 김 총비서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냉랭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했다.
이화여대의 레이프 에릭 이즐리 교수는 북한 지도자가 '신냉전' 지정학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김 총비서가 팬데믹 이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존 델루리 연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도 "당신이 시진핑이라면 왜 김 총비서가 베이징이 아닌 블라디보스토크를 선택했는지 궁금할 것"이라며 "김일성 주석 또한 집권 당시 냉전 아래 사회주의 내 패권 경쟁에 갇힌 중국과 러시아의 허영심과 불안을 미묘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즐리 교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의 긴장과 불신이 남아 있어 세 국가의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맹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러 협력에 거리를 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민간연구단체의 군비통제 비확산 센터의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북·중·러 3국 연합군사훈련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중국이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의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새뮤얼 웰스 냉전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의존도가 큰 중국이 북러 연대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