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중점 두고 긴축 상당기간 지속…가계대출 증가 전망”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기대인플레이션, 목표수준 2% 상회…상당한 시간 소요”

“민간소비 둔화에 성장세 주춤…수출 중심으로 회복세 보일 것”

“주택매매 확대, 가계대출 증가요인…정책당국간 공조 노력 필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기대 변화, 국내 금융시장 가격변수 주요 동인으로 작용”

한은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한국은행법 제96조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상황과 거시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갰다고 말했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인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한 둔화 흐름을 지속해 6∼7월 중에는 2%대를 기록했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2분기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유로지역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통화정책 긴축의 파급효과, 펜트업(pent-up) 수요 둔화 등 영향이라고 봤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수준(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상당 수준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문가에 비해 그 수준이 높고 한번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수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 및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외여건 변화로 국내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최근 민간소비는 둔화되는 등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나 향후 완만한 소비 회복과 수출 부진 완화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외수요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대내적으로 가계 구매력 약화, 민간 투자여력 위축 등으로 경기 회복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수출은 월별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대중 수출이 부진을 지속하면서 본격적인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유로지역은 서비스업 중심의 경기 회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긴축 장기화 가능성, 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경제는 가계 구매력 약화, 민간투자 위축 등으로 회복흐름이 제약되고 있으나 향후 IT경기 반등 등 대외여건 개선으로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 단체관광 재개로 서비스업 업황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중국의 대외수요 약화, 주요국 통화긴축 장기화, 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주요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주택시장에서 매매가격 하락세가 금년 들어 빠른 둔화 흐름을 나타내다 7월 중 상승 전환됐으며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은 주택가격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은 금년 4월부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한 이후 증가폭이 확대되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계대출 여건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수요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긴축기조 종료 및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더딘 근원물가 둔화세 등으로 긴축기조가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참가자들은 현 수준에서 금리 인상이 종료되거나 최대 25bp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중반에는 인하 기조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견조한 고용상황 등에 따른 양호한 경기 흐름, 연준이 물가상승률의 목표치 수렴에 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향후 정책방향 관련 불확실성은 다소 높은 상황이며 영란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 등을 감안해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 후 장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7월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을 일부 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 상승에 대응해 국채매입을 실시하는 등 완화기조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기조 장기화에 대한 경계감으로 선진국 국채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으며 이에 영향받아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 변화는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변수 움직임에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