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17일째] 의료진 만류에도 강행…홍준표 "밥투정 조롱 사과"

김기현 "건강 회복하는 대로 여야 대표회담 열자"

홍준표 "목숨 건 단식 조롱한 것 사과...신외무물"

고민정 "구걸할 생각 없지만 대통령실 비정함 확인"

박광온 "정부·여당 그 누구도 단식장에 오지 않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이 대표를 향해 "단식 중단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건강이 악화해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도록 이제 단식을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즉시 여야 대표회담을 열고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자"며 "명절을 앞두고 우리 정치가 국민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리더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단식 초기 철부지 어린애의 밥투정 같다라고 했던 말을 사과 드린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목숨 건 단식을 조롱한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챙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외무물(身外無物)"이라고 말했다. 신외무물은 몸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에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야당 대표가 17일째 단식하고 있는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SNS에 글 하나 딱 올리는 게 옳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고민정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할 거면 와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게(말로만 하는 중단 요청이) 참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수년 동안에 여야 각 당이 여러 단식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면서 "저희가 그렇다고 해서 구걸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예상을 안 했던 바는 아니지만 다시 한번 대통령실의 비정함을 확인하는 순간들이어서 좀 씁쓸하긴 하다"고 했다.

■ 문화예술계 인사들 만난 이재명 대표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누운 상태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와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동연 문화연대 대표,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디렉터, 이도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단식 농성장을 찾은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만나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특정 가수를 찍어 공격하고, 언론도 모조리 파괴하려 한다"며 김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이는 록밴드 자우림의 김윤아씨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두고 김 대표가 지난 12일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고 대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우려스럽지만, 지금은 대표님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라며 단식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윤희 디렉터는 "예술검열 사건이 20건 이상"이라며 "이제 단식을 멈추고 같이 싸워달라"고 요청했다. 윤정모 이사장이 "눈물이 나려고 해 말을 못 하겠다"고 하자 이 대표는 "내가 책에서 본 윤정모 시인"이라며 위로했다.

이후 이 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금은 (이 대표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이동조차 어렵다"며 "당 대표실 내 대표 책상 옆에 간이 침대를 놓고 거기서 (문화예술계와) 만났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열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이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한계 상황에 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걱정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의원들과 많은 시민들, 당원 동지들은 걱정하고, 또 종교계, 사회원로들도 현장에 와서 당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며 단식 중단을 권유하고 지지하고 격려의 말씀을 주신다"며 "의료진도 이미 입원을 권고한 소견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인데도 당대표는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고 지금도 멈출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대통령실이나, 정부나, 여당이나 어느 한 사람 당대표 단식장에 와서 걱정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촛불집회, 장외투쟁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