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몰카 영상을 성 착취물로 확장 해석 타당치 않아"
◆…몰래카메라(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자료사진=연합뉴스
아동이나 청소년 출입이 잦은 건물의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촬영한 행위가 '성 착취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화장실 이용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은 성교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화장실 몰카 영상은 성 착취물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해석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5년간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9월 상가 여자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47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천장을 뚫은 혐의(재물손괴)와 성 착취물 800개를 소지한 혐의도 더해졌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며 "상당한 수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화장실을 이용해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가 아니라며 성 착취물 제작 범행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화장실 몰카 영상을 성 착취물로 확장해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결국 성 착취물 제작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제작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점과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해 형량을 감경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