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선전전·심리전 불과”
유엔 "24시간 내 대피 불가능"
남부지역도 대피소 없어 위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2023.10.13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민간인 대피령을 내리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심리전에 속지 말라며 주민들의 대피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은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즉각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는 하마스와 거리를 두라"고 했다.
이스라엘 군의 국제 대변인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전쟁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가 주민 대피를 막는다면 그 책임은 하마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포함한 북부 와디 가자 주민들에게 24시간 안에 남부로 이동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와디 가자는 가자지구 중반부를 가로지르는 구역으로, 가자지구의 230만 주민 중 110만 명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중앙 운영센터와 현지에 있는 국제 직원들을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유엔은 "짧은 시간 안에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령은 선전전이자 심리전에 불과하다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집에 머물러달라고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혼란을 조성하고 내부전선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거짓 선전을 확산·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무부는 "이스라엘이 내부 전선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심리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자지구의 한 보안 관련 소식통은 "주민들은 북부를 떠나는 것이 막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려던 주민 다수가 하마스에 가로막혀 북부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스라엘 시민들. 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라 가자지구는 식량과 전기, 연료 부족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대변인 네발 파르사크는 "식량, 전기, 연료 모두 잊어라. 지금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유일한 관심사"라며 호소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의 아메드 바이람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스라엘의 대피령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무모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부 역시 주민들을 수용할 대피소도 없고 지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상군 진입으로 인한 대규모 인권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가 폭격을 피하기 위해 민간인과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공격하고 인질을 납치한 것은 이스라엘이 과잉 대응을 유도해서 국제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