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제 생겼을 때 축소하려 했나
동시에 여러 시스템 업데이트로 서로 충돌
원인 규명하는 데 오래 걸려
하청업체 한두 개 자르는 것으로 해결 안돼
◆…주민등록 초본, 등본, 토지대장 신청, 여권 신청, 납세 관련 업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민원 24가 18일 올스톱된 지 하루 만에 재개됐다. [사진=민원24]
지난 17일 정부의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 24(구. 민원 24)'가 마비되며 큰 혼란을 빚었다. 전문가는 "주무부처의 관리 소홀로 인한 중구난방식 업데이트가 문제"라며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정부 IT 시스템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정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게 사실은 잘 이해가 안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니까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어저께 긴급으로 내면서 GPKI라고 하는 인증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GPKI 인증 시스템 앞단에 있는 네트워크 장비가 오류가 생겨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GPKI 인증시스템은 공무원들이 쓰는 공인인증 서비스인데, 그 앞단에 네트워크 장비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네트워크 장비를 업데이트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그 네트워크 장비가 문제가 생기니까 인증시스템에 접속이 안 되는 거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연동돼 있는 모든 시스템이 전부 다 먹통이 된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좀 의아해하는 건 뭐냐 하면 사실은 처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네트워크 장비 업데이트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인지를 했고, 그래서 다시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원상태로 되돌렸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라며 "그래서 이 장비를 새 거로 교체를 했어도 문제가 안 잡혔고 그러면서 53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른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저께 보도자료 나온 건 그 네트워크 장비 업데이트하다 생긴 오류 맞다. 이렇게 발표가 나니까, 이거 처음에 다 지적해서 여러 가지로 수정을 해봤는데도 안 되던 거 아니냐.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걸로 보니 이게 조금 축소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게 진짜 이유라면 굉장히 더 빠른 시간에 원인이 진단됐어야 되고 고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걸로 봐서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것 아니냐. 전문가들은 이렇게 보고 있는 게 맞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업데이트라고 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게 해야 되는 건데 이것을 관리하고 있는 주무부처에서 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 그래서 이 동시에 여러 시스템들이 업데이트되다 보니까 서로 충돌을 일으켰고 그러다 보니까 원인 규명하는 데 더 오래 걸렸던 것 아니냐. 지금 전문가들은 이렇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의 책임론 얘기가 나온 것이 그 업데이트를 해당 기업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분명히 주무부처, 정부와 협의를 해서 업데이트 시간을 정하고 하는건데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전자정부 시스템이라고 하는 게 워낙 방대하다"라며 "그래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업데이트 계획을 세우고 전체를 잘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전체적인 파악이 제대로 안 됐을 거다. 그러다 보니까 중구난방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을 테고 문제가 커진 것 아닌가, 이렇게 지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원인 규명할 때 이해당사자들이 들어가면 안 되고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려서 들어갔어야 된다"라며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단순한 오류라면 금방 잡혔어야 되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 다른 건 문제없느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부 다 원인 규명을 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이거는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우리나라는 인터넷 의존도, 특히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굉장히 높은 나라인데 이게 53시간을 다운돼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주말이 끼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거지 예를 들어 입시 서류 낼 때 이런 게 걸렸다거나. 취업 시즌에 걸렸으면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라며 "그래서 이건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지금 카카오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우리 정보 시스템에 대한 장애가 사실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나이스, 교육부 산하에 있는 나이스 시스템이 문제가 있었고 그런데 우리가 들이대는 잣대는 기업에는 가혹하고 정부에는 관대하다. 이게 계속 반복돼 왔다"라며 "저도 IT 관련한 일을 하고 또 산하기관에서 일도 해봤지만 정보 시스템에 장애가 생겼을 때 장차관, 실국장급에서 책임지는 걸 본 적이 없다. 징계를 받는다든가 해고를 당한다든가"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보통 하청업체나 이런 쪽에서 책임을 지고 그래서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게 그냥 하청업체 한두 개 자르는 것으로 해결 짓고자 한다라면 이 일은 또 반복될 거다"라며 "그래서 제가 이번 일 가지고 인터뷰할 때 항상 예로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중대재해처벌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공사 현장에서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없어지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고민을 한 거다. 그래서 봤더니 사고가 나면 하청업체만 처벌을 받더라. 그래서 원청인 대기업의 CEO한테 책임을 묻겠다. 이게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인데 저는 이런 정신이 정부 IT 시스템에도 적용돼야 된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