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부딪힌 美 정부 주도 친환경 전환 정책
수익성 보장안된 투자에 자금 조달 부정적
◆…프랑스의 한 재생에너지 공원에 풍력발전용 터빈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기후변화 정책으로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미 정부의 녹색경제 전략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년 간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시작했지만 올해 그 환상은 끝났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기후변화 대응을 정책 최우선과제로 제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중산층에게 수 백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해 중산층을 강화하면 더 강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친환경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올해 2분기 들어서부터 생산과 수요가 동시에 삐걱거렸다. GM은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미국 미시간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1년 미루기로 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도 생산 증설 대신 재고 처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 낮아졌다. 초창기에는 높은 모델 비용과 충전의 번거로움에도 '친환경'을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했으나 이제는 보조금을 받더라도 굳이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초만해도 포드는 전기차 모델들을 내놓으며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420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금리 인상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성 문제에 직면했다. 그동안 낮은 시장금리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했지만 2021년부터 발전 단가가 오르자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헀다.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주 정부가 계약한 해상풍력발전 용량의 약 30%가 취소됐고 나머지 25%는 재입찰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는 올 들어 30% 하락했다.
티모시 폭스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정치인들은 무작정 재생에너지 확대를 의무화하지만 정부는 요금 납부자의 비용을 고려해 계약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공공서비스위원회 위원인 다이앤 버먼도 "탈탄소화 정책은 비용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녹색경제가 위기를 맞은 이유로 공공정책이 친환경 전환을 주도해 수익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금융탱크인 브뤼겔의 장 피사니-페리 소장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친환경 전환이 요구하는 투자는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조달해야한다"라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은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피사니-페리 소장은 미래를 위해 현재 막대한 자본 지출을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중산층 가정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천연가스 난방에서 히트펌프로 바꾸는데 연간 가처분 소득의 44%가,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120%가 사용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세금마저 인상된다면 개별 가정의 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피사니-페리 소장은 "2030년까지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경제적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에서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탄소세를 언급했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과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러나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기업은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는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탄소세를 도입한 후 폐지한 호주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이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는 주된 이유다.
WSJ은 녹색경제 전환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탄소 배출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는 인식 전환이 있을 때까지 그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