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동 외교 박차…푸틴, 사우디·UAE 순방 다녀온 다음 날 양 정상 회담
”중개자로서의 위상 높여”…”美 고립 전략에 대한 외교적 반격”
라이시 “가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대량학살…미·서방이 범죄 지원”
러-이란, 美제재 대응 선언문 서명…”불법제재 극복하기 위한 공동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 로이터>
중동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중동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서방이 지원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팔레스타인과 가가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대량 학살이자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미국과 서방이 범죄를 지원하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는 단지 지역적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라며 "빠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먼저 중동,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미국의 외교 실패 탓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날 양측의 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중동 주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다녀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알자지라는 푸틴 대통령의 중동 지역 내 중개자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한 외교적 반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러시아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여 다른 개발도상국과도 협력할 수 있게 함으로써 러시아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해줬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 사이 군사 협력 증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첨단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날에도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선언문에 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5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방금 일방적 강압 조치의 부정적 결과에 대응하고 완화하며 상쇄하는 방법과 수단에 관한 선언문에 서명했다"라며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과 그의 동맹들이 외교 대신 사용하는 불법적인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확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