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스라엘군 오판으로 예상보다 큰 인명피해 발생”
무장세력에 대피 시간 주지 않으려 민간인에 사전 경고 안 해
소형 폭탄 대신 대형 폭탄 투하…블록 전체 초토화
가자지구 사망자 2만1300명 넘어서…국제 비난 여론 커져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 모습 <사진 로이터>
28일(현지시간) WSJ은 지난 10월 31일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캠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했다고 보도했다.
폭격 당일, 난민 캠프 6블록의 건물들 사이 좁은 길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으며 아파트 건물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주민은 남부로 피신하라는 이스라엘 측의 통지를 듣지 못했거나 무시했으며 인구 밀집 지역인 캠프 내부가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일 것으로 믿었다.
이 가운데 오후 3시 30분경, 이스라엘 전투기가 인근 지역에 여러 개의 대형 폭탄을 투하했다. 공습 이후 난민캠프를 찍은 위성사진에는 6블록 전체가 초토화된 모습과 커다란 폭발 분화구가 보인다.
영국 런던대학교 부속 비영리단체인 에어워즈(Airwars)는 이 공격으로 최소 126명이 건물 잔해에 묻혔다며 가자 전쟁 발발 이래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공격 중 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당시 공격은 하마스의 자발리아 대대장 이브라힘 비아리와 수십 명의 하마스 대원들을 목표로 한 것이다.
대낮에 인구 밀집 지역을 폭격하기로 한 이스라엘군의 결정은 전쟁 초기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감수하더라도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 고강도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WSJ은 생존자들과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진행한 군 당국의 오판으로 예상보다 더 큰 파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이스라엘군은 공습 당시 무장세력에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인근 민간인에게 사전 경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폭격에 소형 정밀 유도 폭탄이 아닌 최소 2발의 대형 폭탄을 사용했다. 미 육군 전쟁 대학의 폴 루셴코 중령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소형 폭탄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이스라엘군은 땅굴을 파괴하되 부수적인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정밀유도폭탄으로 건물이 아닌 도로를 공격했으나 땅굴이 붕괴되면서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이 무너졌고 이것이 주변의 심각한 구조적 피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비아리가 직접 군대를 지휘하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정보의 긴박성에 따라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미 러처스대학교의 국제전쟁법 전문가 아딜 하크 교수는 이스라엘군의 당시 공격에 대한 설명 가운데 비아리를 사살함으로써 군사적 이점을 얻었다는 평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월 31일 공격은 예상가능한 민간인 피해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나는 사례"라며 "이 정도 피해를 정당화하려면 전쟁의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격이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목적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인명 피해 규모가 날로 증가하며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분쟁 발발 이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2만 1,3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수의 이스라엘 관리는 하마스가 병원, 학교 등 민간 시설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