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 지난해 7개월간 2000만달러 규모 기계 수입
전문가 "대러시아 수출 제한 위반...우선순위로 단속해야"
◆…대만 군수용 무인항공기.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인 대만에서 만든 무기 제조 장비가 러시아 방위산업에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인 '아이 머신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월부터 대만의 한 기업에서 만든 2000만달러어치 규모의 CNC(컴퓨터 수치 제어) 공작기계를 수입해 러시아 공격용 드론 제조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CNC기계는 무기 부품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복잡하고 정밀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WP는 러시아 무역 기록과 미국 안보비영리단체의 수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러시아 기업이 수입한 CNC 기계의 대부분이 대만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이 머신 테크놀로지'의 매출 상당부분이 방위산업과 관련된 거래였으며 회사 경영진은 공격용 드론을 대량생산하는 러시아 기업에 기계를 납품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WP는 덧붙였다. 이는 드론 프로젝트의 엔진 제조를 담당하는 매니저에게 전달된 초청장을 WP가 입수하면서 드러났다.
대만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같은 해 4월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케빈 울프 전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는 WP에 "CNC 기계 판매는 대만과 서방이 작년 1월 도입한 첨단 기술 제품의 러시아 판매 금지 조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 물품을 제작하는 데는 최종 용도 및 사용자와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가 이뤄진 것"이라며 "대만 수사기관은 이번 대러수출에 대해 우선순위로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허점 때문에 러시아 방위산업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튀르키예, 중국 등 다른 국가를 통해 러시아가 계속해서 무기 생산에 필요한 품목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 머신 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는 WP에 대만에서 CNC 기계를 수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작년 1월 수출제한 조치 이후 수입을 중단했다고 부인했다. 이어 "이후에는 예비 부품만 수입해서 수출통제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러시아에 CNC 기계를 수출한 대만의 '아이 머신 툴즈' 관계자도 대만 정부가 수출통제 조치를 도입한 이후 수출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P가 입수한 수출 기록을 건네받은 '아이 머신 툴즈' 측은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부품만 수출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