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임차인 간 '계약해지' 기준일 소송
대법원 "갱신 후 통보일 기점으로 3개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후 이를 번복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면 계약 효력은 통보일을 기점으로 3개월 후부터 발생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B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2017년 3월10일부터 2021년 3월9일까지 임차해 살고 있던 A씨는 임대차계약 만료전인 2021년 1월 4일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B씨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아 묵시적 갱신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1월 28일 A씨가 마음을 바꿔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지하므로 B씨가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임대차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증명을 다시 보냈으며 이튿날인 1월 29일 B씨에게 도달했다. 이후 A씨는 통지 도달 후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30일까지 임대료를 지불한 뒤 아파트를 인도했다.
A씨는 입주 기간을 2017년 3월10일부터 2021년 4월30일까지로 보고 B씨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원과 장기수선충당금을 요구했다. 반면 B씨는 임대차계약이 2021년 6월 9일 해지됐음을 전제로 6월 9일까지의 임대료를 공제한 후 A씨에게 보증금과 장기수선충담금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21년 1월28일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다음 날 B씨가 해지통보를 수령했으므로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이 묵시적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계약해지 통지의 효력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시작일인 2021년 3월10일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9일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의로 철회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2021년 4월 29일을 기준으로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임대차보증금과 장기수선충당금이 있으면 B씨가 이를 A씨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