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항소 받아들여 美송환 결정 무효화
"한국와 미국 공방 사이 권 대표 승리…韓 수위 낮아"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국제공항에서 체포되는 권도형 <사진 로이터>
몬테네그로 법원이 암호화폐 테라 루나 폭락 사태의 주요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스랩스 대표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권 대표를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인도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마리자 라코비치 대변인은 이날 권 대표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전 판결을 무효로 한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서울과 뉴욕 연방 검찰의 송환 요청 공방 사이 권 대표가 승리했다며 이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미국보다 한국이 약하다고 전했다. 권 대표 측이 한국행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22일 몬테네그로 법원은 한국 측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하고 권 대표를 모국인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권 대표 측 변호사는 이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최종 결정인지는 불분명하다. 권 대표 측 변호사는 이달 말 불법 여권 사용 혐의에 대한 형기가 끝난 후 인도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리코비치 대변인은 이날 한국 송환에 대한 결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항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권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되더라고 한국 정부가 그를 뉴욕에서 먼저 재판받게 하도록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연방 검찰은 권 대표의 전 세계 자산을 압류하고 이를 한국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
뉴욕 연방 검찰은 그를 사기 등 8건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 씨와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권 대표의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 대폭락 사태로 발생한 피해액은 약 50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 대표를 두고 한국과 미국 모두 송환을 모색하면서 국제적인 줄다리기에 이목이 쏠렸다. WSJ은 지난 12월 소식통을 인용,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이 권 대표를 미국으로 보내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권 대표는 한국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직전 거주하던 싱가포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그는 공문서위조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 씨가 형량을 다 채운 후 송환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테라폼랩스의 한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권 대표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구금됐다가 지난달 한국으로 송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