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접촉하거나 공모 한 사실 없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
"물 새는 항아리에 물을 더 붓겠다는 것"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2024.3.9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경찰에 출석해 11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노 전 회장을 마포구 청사로 불러 오후 9시 15분에 귀가 조처했다.
조사를 마친 노 전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집단사직 관련) 공모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 나를 비롯한 몇몇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매우 치졸한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내가 SNS에 올린 글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전공의들을 자극해 병원을 이탈하게 하고 병원에 경영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라면서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SNS에 표현한 것 외에 전공의 단체나 의협과 접촉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과거 의사 파업을 주도했던 노 전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노 전 회장은 의료대란과 관련해 "저한테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300여건의 피해 사례를 보여주면서 저 때문에 피해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며 "저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원하는 의사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 상황을 원하는 의사는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면서 "지금 이런 뼈아픈 결정들은 나중에 더 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게 문제"라며 "마치 물이 새는 항아리와 같다. 물이 새면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정부는 거기에 물을 더 붓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사들의 진정성에 반드시 귀를 기울이고 사태 해결에 빨리 앞장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이 전공의들의 이탈을 주문하거나 지시 또는 지지해 전공의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및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주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경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며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오는 12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