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함대 잇따라 무력화해 해상로 확보
작년 9월 200만톤에서 12월 500만톤 2배↑
곡물 수출 급증세로 우크라 경제 회복 활력
◆…상선들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예니카피 해안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등을 동원해 러시아 흑해함대 전력을 무력화하면서 지난해 7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막혔던 곡물 수송 해상로를 다시 확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의 상당수 흑해함대가 본토인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이동 배치되면서 오데사 주요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전쟁 이전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추가 지원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곡물 수출 증가는 우크라이나 경제 회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지난해 9월 200만 톤에서 같은 해 12월 500만 톤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부 장관은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수출은 33억 달러(약 4조4000억원) 늘어나 경제성장이 1.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4위 농산물 수출국으로 전쟁 전 곡물의 75%를 흑해를 통해 수출해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곡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러시아와 흑해곡물협정을 체결했지만 1년 뒤인 지난해 7월 러시아는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했다.
흑해를 통한 수출길이 막히자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을 통한 내륙 수출을 모색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대기줄이 길어 통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크림반도 주둔 러시아 흑해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성공적 공세로 러시아 함정이 흑해의 대부분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4개월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5분의 1을 파괴했다. 러시아 함정들이 후방 배치되면서 오데사 주요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길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농장에서 밀, 보리,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한 우크라이나 농부는 "(곡물 수출 증가가) 우크라이나군 덕분"이라며 "곡물 수출 통로가 없으면 수출을 못해 경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파괴하는 것이 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며 "우리의 임무는 예산을 채워 군대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